[월요인터뷰] 서일도 박팔괘 가야금병창보존회 회장
충북 국악 알린 공로로 예술상 연속 수상
박팔괘 병창 보존회 단체 결성·음원 복원
공연·교육·교류로 전승 기반 확대 추진
‘서일도와 아이들’ 다양한 장르 소화·성장
국악계 생계난 속에도 사명감으로 활동
충청도 전통성악 중창단 창단 준비 열중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안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충북 청주에서 국악 발전을 위해 온고지신을 실천하는 국악인이 있다. 서일도 박팔괘 가야금병창보존회 회장이다. 그는 충북 청주(옛 청원) 출신인 박팔괘 선생이 창시한 충청제 음악을 전승하기 위해 박팔괘 가야금병창보존회를 결성했다. 당대 최고의 가야금 명창이었던 박팔괘 선생의 음악세계를 조명하기 위해서다. 서 회장은 국악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국악 퓨전 그룹 서일도와 아이들을 결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내 국악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쉼 없이 달려온 결과 국악 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21회 청주예술상을 받은데 이어 올해에는 47회 충북예술상과 제1회 CJB 문화예술대상을 잇따라 수상하는 등 충북 음악계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에 충청투데이는 서 회장을 만나 그의 각별한 국악 사랑과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각종 수상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에는 21회 청주예술상을 받았고 올해는 47회 충북예술상과 제1회 CJB 문화예술대상을 받았다. 연속으로 상을 받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이 같은 결과는 청주(옛 청원군) 출신의 가야금산조와 병창의 거장인 박팔괘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는 박팔괘 병창보존회를 만들어 충북의 국악을 알리고, 지역의 정체성 함양에 앞장 선 공로를 지역 예술계가 인정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 CJB 청주방송의 다큐멘터리와 JTBC의 ‘풍류대장’ 등의 방송에 출연해 전국적으로 충북의 병창을 알리고 충청도 소리의 명맥을 잇는 작업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팔괘 가야금병창보존회를 창단한 계기는.
"2012년 박사과정에 진학, 소논문 주제를 찾다가 박팔괘 선생을 알게 됐다. 박팔괘 선생은 서울 장안에 최초로 가야금산조와 가야금병창을 유행시키신 인물로 최초의 가야금병창 스타였고, 어전 광대였다. 그는 우륵과 박연을 배출한 충북의 중요한 콘텐츠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박팔괘 선생이 남긴 충청제 음악이 전승되지 않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2015년 제자들과 박팔괘 가야금병창보존회를 결성했다. 이후 2023년 박팔괘 선생의 손자인 박종덕 선생이 박팔괘 선생의 유성기 음반에 수록 돼 있는 음원을 전달해 주셨다. 이를 복원해 복원 연주회를 이어오고 있다."
-박팔괘 가야금병창보존회 운영 계획은.
"박팔괘 기념사업회를 사단법인으로 만들어 공신력을 갖추고 박팔괘 선생님의 음악과 정신을 기반으로 공연, 축제, 교육사업, 해외 교류 등 사업의 규모를 키워볼 생각이다. 또 박팔괘 선생의 묘소 앞에 대형 물류창고가 들어오면서 차량통행이 가능했던 진입로가 한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박팔괘 선생의 묘소를 향토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일도와 아이들’ 그룹을 소개해 달라.
"2021년 JTBC ‘풍류대장’ 이라는 국악인들이 대중음악을 편곡해서 부르는 경연프로그램에 출연 제의를 받았다. 당시 제자 가운데 일부는 출산과 육아로 강도 높은 연습 일정 소화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제일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었던 대학생(중앙대 김은빈, 중앙대 엄유정, 한예종 이소정) 세 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출연했다. 출연 결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대중음악 시장에 진출했고, 공연과 행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주변의 반응과 성장 가능성은.
"서일도와 아이들을 퓨전 국악팀, 국악 트로트 팀, 퓨전 병창팀으로도 부른다. 저희는 국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고 있는 그룹이다. 팀 결성 후 △청주시 통합출범 10주년 축하공연 △제7회 청주시민의 날 축하공연 △3·1운동 100주년 기념음악회 ‘100년의 빛’ △2024 해운대 해수욕장 개장식 △제25회 국창 권삼득 국악대제전 전야제 흥띄워라 풍류대장 콘서트 △2025 청주국제아트어페어 공연 △2025 태백 황지 주말 야시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주변 반응도 긍정적이다. 트로트 계에서는 가야금과 트러트의 만남이 신선하다고 한다. 국악계에서는 대중적인 퓨전 국악이라고 하고, 일반 시민들은 신기하다고 또 무슨 노래를 부를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행사나 공연에 종사하시는 전문가들도 인지도만 더 쌓으면 인기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될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고 조언한다."
-국악 그룹 운영에 힘든 점은.
"공연이 많은 봄과 가을을 제외한 비수기엔 수입이 없어 매우 어렵다. 특히 전통 국악만 연주하는 박팔괘 병창단은 정말 더 어렵다. 실제 명문대 국악과를 수석으로 입학 한 제자가 생활고로 인해 국악을 포기하고 간호사가 된 친구도 있다. 이 친구 외에도 많은 제자들이 오랜 시간 전통음악을 해왔으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공들여 길러냈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고 지는 후배들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
-공연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공연하면서 화음도 잘 맞고 반응도 좋을 때 희열을 느낀다. 행사 관계자들이 공연 전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도 공연 보고난 후 저희를 호의적으로 대할 때 보람이 크다. 특히 저희 공연이 너무 좋다고 고정 계약을 제의할 때나 다시 공연 섭외를 해줄 때, 제자들이 실력이 뛰어나다, 잘 가르쳤다 등의 칭찬을 들을 때 보람이 크다."
-향후 활동 계획이 있다면.
"내년에는 충청도에서 전통성악(민요, 판소리, 가야금병창, 정가)하는 친구들과 함께 전문 중창단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세계 모든 민족 음악의 기본은 노래이고 각 지방 지자체에는 창극단도 있고 관현악단 안에 전통 성악 파트가 있다. 우리 충청도는 국악관현악단에 전통 성악 파트도 없고 국악 성악활동이 눈에 띄지를 않는다. 전통성악을 전공한 사람 여럿이 모여 우리 충청도 전통음악 공부도 하고 연주도 하는 팀을 만들려고 한다."
-국악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명감이나 자긍심이 없으면 힘들다. 저나 제자들이 다 같이 국악으로만 먹고 살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그래서 퓨전도 하고 음악극도 하고 트로트도 하고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사랑받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러나 근본 없는 몸부림이 아니다. 우리의 소리를 찾고 또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발굴하고 복원하고 기록해서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도민들에게 인사 한 말씀.
"정말 감사하다. 공연 때 만나 뵈면 늘 응원해 주시고 큰 박수와 함성으로 힘을 주신다. 우리 도민 여러분의 사랑으로 힘든 여정이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도민 여러분께 사랑받기 위해 다양한 음악 실험을 하고 있고 소중한 충청도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