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공약추적단]
수천억 예산 다뤄 지역의 미래 설계
전국 광역의원 정수 평균 약 705명
1명당 약 2817억원 예산 다루는 셈
큰 권한 갖지만 약속 검증 제도 無
공약 관리 및 검증 체계 정비 ‘필수’
[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247조 원에 이르는 내년도 전국 광역지자체 예산 심의가 본격화되면서, 지방 재정의 최종 결정권자인 ‘광역의원’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정된 재원 속에서 어떤 사업을 살리고 어떤 정책을 후순위로 미룰지 판단하는 과정은 단순한 숫자의 조정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수천억 원대 예산을 다루는 의원들이 정작 선거에서 어떤 약속을 내걸었고, 그 약속을 실제로 얼마나 이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검증 체계는 여전히 부재하다.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민생과 직결된 ‘예산’을 중심으로 광역의원의 본령과 역할을 다시 짚어봤다. 이들의 의정 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표가 예산이라는 점에서다.
◆ 전국 광역의원 정수, 2기 972명→9기 877명…평균 705명
20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광역지자체 및 광역의회에 따르면 전국 광역의원 정수(비례 포함)는 제2기 972명에서 제9기 877명까지 줄었다.
인구 변동에 따른 선거구 조정 및 통폐합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수별 편차는 있으나 그럼에도 광역의원은 기수별 통상 705명씩 존재해왔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25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111명), 경북(62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제주(32명), 충북(31명), 울산(20명), 세종(17명)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다만 제1기 자료는 존재하지 않아 일괄 제외했고, 울산의 제2기 수치는 부재하며, 세종은 제6기부터 출범해 단순 비교에는 일부 한계가 있다.
이러한 광역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과 지방의회의 ‘입법’ 사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며, 지역 재정 운용의 핵심인 ‘예산 심의·확정’을 담당한다.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경제·복지·산업·행정 전반의 정책이 예산 속에 담겨 있으며, 선거에서 제시하는 ‘공약’은 이 예산 우선순위를 글로 표현한 것에 가깝다.
따라서 공약의 내용과 이행 정도가 중요한 이유는 곧 ‘지방재정의 방향’을 드러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 해마다 증가하는 광역 예산… 내년엔 247조원 심의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예산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5기(2008년) 당초 예산 순계 기준 일반·특별회계 규모는 48조 5629억원이었지만, 7기(2017년)엔 121조 7589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215조 4000억원에 이르렀다. 이 수치는 의회가 확정·의결한 본예산을 제외한 ‘순계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로 광역의원이 직접적으로 심의하는 규모를 파악하려면 본예산안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2025년과 2026년 전국 광역지자체 본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올해 234조 207억원에서 내년도 247조 1261억원으로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도 기준으로 서울 광역예산이 51조 50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도 39조 9046억원 △부산 17조 9330억원 △인천 15조 3129억원 순이다.
권역별로 보면 영남권 광역의원 204명이 57조 9616억원을, 경기·인천 광역의원 196명이 내년도 55조 2175억원을, 호남권 광역의원 124명이 31조 3616억원을, 충청권 광역의원 125명이 29조 2742억원을 각각 심의한다.
전국 877명의 광역의원이 심의하는 내년도 본예산 247조 원을 단순 계산하면 의원 1명당 약 2817억 원 규모의 예산을 다루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내년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광역의회에 입성할 의원들 역시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책임지게 된다.
◆ 광역의원의 ‘존재 이유’… 예산·공약·대표성
광역의원의 존재 가치는 결국 ‘주민 대표성’에서 출발한다.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예산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결정하는 행위 자체가 의정활동이며, 이 방향을 미리 약속하고 제시하는 것이 공약이다.
하지만 공약 정보 접근성이 부족하고, 이행 여부를 확인·평가할 체계가 없는 현실은 지방정치 전반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 때때로 제기되는 ‘지방의회 무용론’은 바로 이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지방자치 활성화의 일환에서 지방의회는 필수불가결하다. 국가 전체의 행정·재정 구조에서 광역의회가 사라진다면, 지역별 정책 결정의 균형과 주민참여의 기초가 무너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회 스스로도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하고, 공약·예산·의정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할 기회인 만큼, 정당 또한 공약 관리 및 검증 체계를 정비해야 하고 주민도 지역의회 활동에 관심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제도적으로 보면 지방의회는 예산 심의, 조례 제정, 집행부 감시 등 핵심 기능을 갖춘 지역 최고 정책결정기구로 상당히 발전해왔다"면서도 "현실에서는 공약 중심의 평가 체계가 미비하고 정당 공천이 의원 활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공약 개발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당주의에 매몰된 문화를 벗어나 지역 주민의 이익을 중심에 두는 의정활동이 필요하다"며 "제도는 이미 상당 부분 마련된 만큼 이제는 의원 스스로 대표자로서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지방자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경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또한 "지방의원 공약을 보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공약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든다"며 "중앙정치 구도에 매몰된 탓에 현실적으로 광역의원이 수행하기 어려운 과도한 공약이 반복되면서 유권자도 지방의회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한 정책은 지방의회에서 다뤄지지만 지역 맞춤형 공약이 부족하고 공개 수준도 낮아 지방정치의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며 "공약과 이행 여부가 공개적으로 평가돼야 공천 과정에서도 전문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