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광역의원 공약 해부]
① 충청권 광역의원 공약 절반이상 ‘지역’ 빠졌다 맞춤형 공약 ‘3개 중 1개’ 뿐
지키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규모 큰 경우도… 실효성 높일 검증장치 마련 시급
[충청투데이 조사무엘·권오선·이석준·최광현 기자]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의 공약(公約)은 자신이 앞으로 펼칠 정책과 방향에 대한 유권자와의 약속이다. 그리고 유권자는 그 약속이 이행될 것이라 믿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기에 공약의 중요성은 배가 된다. 하지만 임기 내내 공약 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검증받는 단체장, 교육감과는 달리 지방의원 공약에 대한 감시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점검 체계 등 부재로 자칫 지방의원들의 공약이 4년 간의 헛구호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충청투데이 ‘C-인사이드’팀은 내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대전·세종·충남) 광역의회 의원의 공약을 전수 조사, 공약 이행실태와 제도적 개선 과제를 짚어봤다.<편집자 주>
대전·세종·충남 광역의회 의원들이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의 절반 이상은 지역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다.
심지어 지방의원 후보자 공약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 규모가 커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들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약 복제 논란, 그리고 공약 실효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로 풀이된다.
24일 C-인사이드팀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로 선출된 충청권(충북 제외) 광역의원 87명을 대상으로 공약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도서관에 등록된 선거 당시 개인 선전물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의원들의 공약은 총 1685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개별 공약이 없는 비례대표 10명(국민의힘 7명, 더불어민주당 3명)과 상대적으로 임기가 짧았던 보궐선거 당선자 4명의 공약 75개를 제외, 총 73명의 공약 1610개를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보궐선거 당선자는 방진영(더불어민주당·대전 유성구2), 이해선(국민의힘·충남 당진2), 홍기후(더불어민주당·충남 당진3), 이정우(더불어민주당·충남 청양) 의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의원 1인당 평균 22개 공약을 제시한 셈이다.
C-인사이드팀은 위 공약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구체적 설명 없이 ‘소상공인 상권 활성화’,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 ‘어르신 일자리 확대’ 등으로 표현된 구호형 공약이나, ‘2호선 트램 추진’, ‘행정수도 세종 완성’처럼 시도지사를 비롯해 같은 정당 후보들에게서 동일하게 반복된 공약은 ‘공통 공약’으로 분류했다.
국책사업·광역 차원의 대형 정책과 중앙정치 및 국회에서 주로 다뤄지는 내용 등도 여기에 포함됐다.
반면 지역구 현안에 초점을 맞추거나 특정 지역을 명시한 세부 공약은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따로 정리했다.
분석 결과, 전체 공약 가운데 589개(36.5%)만이 지역 맞춤형 공약으로 확인됐다.
1명의 의원 당 평균 약 8개 꼴이다.
여기에는 ‘공공도서관 건립’, ‘어린이 전문병원 유치’, ‘버스 노선 조정’, ‘복합커뮤니티센터 조성’ 등 지역 발전과 직결된 구체적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공약 가운데는 지역성과 창의성을 결합한 이색적인 공약도 발견됐다.
‘빵 메카 설립’, ‘지역대학의 교수님들이 강의하고 지역 학생들이 수강하는 해외 유학보다 알찬 어학연수 프로그램 개빌’, ‘도심 전역 무료 공공 와이파이 구축’, ‘65세 이상 어르신 검버섯 레이저 치료 지원’, ‘경로당 찜질방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지역에서는 지방의원 공약 구조 자체의 문제를 꼬집으며 공약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사후 검증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거 때 등록된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하고, 지역성 반영 여부를 평가하는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은 “지방의원은 본래 입법과 감시 역할이 주인데, 실제 공약은 단체장의 집행 공약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며 “선거 과정에서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지방의원 권한 범위를 사전에 검증하고, 사후에도 이행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권오선 기자 kos@cctoday.co.kr
이석준 기자 lsj@cctoday.co.kr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