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3일 대전광역시교육청 27시험지구 제8시험장인 대전 대덕구 동대전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2667_@cctoday.co.kr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3일 대전광역시교육청 27시험지구 제8시험장인 대전 대덕구 동대전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2667_@cctoday.co.kr

중·고등학교 교사들 중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감독을 꺼리는 교사들이 꽤 많다.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일 거다. 교사들은 매년 수능 감독관에 대한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능 감독들의 볼멘소리는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이 수능 당일(13일)부터 나흘간 교사 6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실태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감독관 강제 차출부터 3교시 이상 연속 감독, 돌발 상황 대처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능 감독관으로 들어간 교사 10명 중 8명(76.2%)은 3개 교시 이상 감독 업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4개 교시 이상 감독한 교사는 13.6%였다. 4~5시간 이상 앉지 못한 채 감독직을 수행해야하는 구조다. 감독관 업무가 보통 체력을 요하는 게 아니다. 평가원에서 제공한 컴퓨터용 사인펜·OMR 카드 불량 문제와 같은 돌발 상황이 많아 감독관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실제 교사의 42.1%(278명)가 시험장에서 돌발 상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돌발 상황에서의 실시간 판단과 책임은 오로지 감독관의 몫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험감독을 하다 어지럼증·실신·구토는 물론 공황 증상을 겪었다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니 지나칠 일이 아니다. 심지어 화장실 이용과 식사, 휴식마저 자유롭지 않았다는 응답도 나왔다. 시험 시간표상 점심시간은 50분이지만 사전 입실 준비 등에 시간을 빼앗겨 실제 식사 시간은 20~30분 정도였다고 한다. 교사들은 17~19만원 수준인 수당은 최저 시급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감독관을 원하지 않는데 반 강제로 차출해선 곤란하다. 수능 감독관은 통상 중·고교 교사가 맡는다. 숨통을 터주기 위해 초등교사로 확대할 수는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키높이 의자 도입도 요긴할 것으로 보인다. 필요에 따라 앉거나 서서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어서다. 중등교사노조의 지난 7~8월 설문조사에서도 ‘수능 감독 업무로 중압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99.7%나 됐다. 이쯤 되면 수능 감독 시스템을 면밀히 검토하고 개선책을 내놔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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