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교사노조 수능감독 종사요원 실태조사 발표
교실청소와 준비 수행 맡아·3개 교시 이상 감독도
체력 정신적 문제 커 수능 감독 제도 개선 필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대전광역시교육청 27시험지구 제8시험장인 대전 대덕구 동대전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문제지를 살피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2667_@cctoday.co.kr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대전광역시교육청 27시험지구 제8시험장인 대전 대덕구 동대전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문제지를 살피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2667_@cctoday.co.kr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수능 전 과정이 교사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충청권 교육 현장에서도 수능 감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7일 중등교사노조가 공개한 수능 감독 종사요원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응답자 660명 중 88.3%가 수능 전날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에서 교실 청소와 준비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를 하지 않은 교사는 시험장으로 지정되지 않은 학교에 근무해 청소 대상이 아니었던 경우 뿐, 시험장으로 지정된 학교 중 교사가 청소 등 수능 준비에 참여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 등 준비는 바닥 청소, 벽과 책상 낙서 지우기, 불필요한 비품과 사물함 복도로 밀어내 공간 확보, 안내문 부착, 바닥 테이프 작업 등이다.

뿐만 아니라 수능 당일 응답자의 약 80%가 3개 교시 이상을 감독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달아 이어지는 감독에 교사들은 4~5시간 이상 앉지도 못한 채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극도의 체력적, 정신적 소모를 겪는다는 것이 중등교사노조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수능 감독 중 어지럼증, 실신, 구토, 편두통, 공황 증상을 겪었다는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충청권에서도 수능 감독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충청권의 한 교사는 “수능 시험장 학교는 수능 한 달 전부터 수능 업무 담당 교사들이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며 “수많은 점검과 규정에 대응하며 업무를 처리하는 동안 교육과정 운영은 마비되고 학생의 수업은 방치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수능의 대학 선발 기능, 책임과 권리의 정합성,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 파행을 고려할 때 수능은 대학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노동 강도에 비해 감독 수당이 지나치게 낮다며 수당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비판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중등교사노조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는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수능 운영이 사실상 ‘교사 무상노동’ 위에서 유지되는 구조적 문제를 수치로 확인한 것”이라며 “감독관의 희생과 헌신에 기대 유지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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