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공세…핵심 기업 줄도산
2022년 국내 잉곳·웨이퍼 기업 절멸
국내 기업 실질적 수혜 위한 정책 필요

태양광.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태양광.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태양광 발전 보급 역시 힘을 받고 있지만 관련 산업을 지탱하는 제조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사실상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유일의 충청권 핵심 부품 기업까지 문을 닫거나 철수한 상태인데, 대안 없인 중국 기업의 이익만 극대화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10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금융 지원을 위해 올해(5900여억원)보다 42% 가량 증가한 8400여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현 정부 들어 기후에너지환경부까지 신설되며 태양광과 풍력 등 발전설비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한 상태다.

특히 이달 말부터는 전국 공공주차장 태양광 설치 의무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인 데다가 국회에선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한 영농형 태양광 설치 법안도 논의되고 있다.

공공주차장의 경우 대전을 기준으로 10만㎾(환경운동연합) 이상의 발전 잠재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발전 규모 1㎿당 1만 3200㎡의 면적을 가정한다면 공공주차장으로만 축구장 180개 이상 규모의 발전 설비를 보급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보급 확대 정책에 발전사업자와 설치·시공 등 업계는 훈풍이 예상되고 있지만 전체 산업 생태계 측면에선 상황이 녹록지 않다.

태양광 발전 관련 제조업은 큰 틀에서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으로, 이를 가공하는 잉곳·웨이퍼 공정,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태양전지(셀)와 이를 완제품 형태로 구성하는 모듈 제조, 인버터·구조물 등 부품 제조와 시스템 설치 등 광범위한 벨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앞서 충청권에선 잉곳·웨이퍼 등 핵심 부품 생산부터 셀과 모듈 생산 등 분야의 기업들이 대거 포진하며 산업군을 형성하고 있었지만 현재로선 벨류체인이 붕괴된 상태다.

국내 수입에 관세조차 부과되지 않는 중국발 ‘덤핑’ 저가 공세와 이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 속에 2015년 충남 아산의 잉곳·웨이퍼 생산 업체가 관련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이어 대전지역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생산 업체도 2022년 파산 선고로 문을 닫으면서 국내 잉곳·웨이퍼 공장은 사실상 절멸한 상태다.

충북 등을 중심으로 포진한 타 분야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9년 대비 전국 태양광 보급량은 2배 이상 급등했지만 국내 제조업 내수 매출은 오히려 급락한 실정이다.

2019년 2조 3000억원대를 기록한 셀과 모듈, 인버터 등 내수 매출은 지난해 1조원대 중반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기업 간 출혈 경쟁까지 지속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인데, 셀을 기준으로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90% 이상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보급에만 초점을 둔 정책이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제조업은 소외된 데다가 중국발 ‘덤핑’ 물량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높이기 위한 설비 투자에 대해서도 유보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정책 확대에도 국내 기업들의 수혜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보급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을 정책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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