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비·입찰제도 등 문제점 산적
제재 보다 실태 파악·개선 시급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건설 현장에서 잇따르는 인명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는 비용 절감과 공사기간 단축을 부추기는 구조적 문제가 꼽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기존 제재 중심의 안전 관리에서 벗어나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공공·민간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 의무를 부여하고 민간공사 설계서에 공기 산정 기준을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 만에 현장 여건을 고려한 보완책이 물꼬를 트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업계에선 한계가 뚜렷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발주처 등의 공사비와 공기 산정을 골자로 한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을 부추기는 요인들이 여전히 산적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부의 책임 강화를 넘어서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업계에선 안전관리 문제와 관련한 간접비 문제가 대두된다.

현행 제도에서 공사비는 건설에 직접 소요되는 ‘직접비’와 공사 전반적인 건설 활동이나 관리 운영에 소요되는 ‘간접비’로 구성된다.

문제는 현장 소장, 품질·안전 관리자 등 현장 관리 인력의 인건비가 간접비에 포함되는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비용 측면에선 비현실적인 간접비 산정으로 인건비 지급이 쉽지 않다는 점이 주요 문제로 꼽히며 이는 인력 축소와 현장 관리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중처법 시행 등 강화된 규제로 안전 관리 인력의 추가 배치 수요는 늘고, 관련 인원당 인건비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공공공사를 기준으론 정부 고시에 따른 총공사비 대비 요율에 맞춰 간접비를 산정하게 되는데, 실제 인건비가 고시된 요율을 초과하는 경우가 상당하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불투명한 계약 관행이 자리잡은 민간공사에선 간접비가 과도하게 낮게 책정될 경우 인력 배치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지만 제동을 걸 장치가 없는 상태다.

특히 공기가 연장되거나 장기계속사업의 기간이 늘어날 경우 산정 기준이 상대적으로 모호한 간접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관행도 있는데, 이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직접비로 계상할 경우 현장 관리 인력의 실제 인건비가 공사비에 명확히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역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건의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밖에도 업계에선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입찰 제도 등 여러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과거 최저가 낙찰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종합심사낙찰제나 적격심사제 등 제도 도입이 이뤄졌지만 급등한 자재가격, 인건비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기관의 표준품셈, 예정가격 등 문제와 기술력, 시공능력에 대한 미흡한 변별력 등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선 계약관계상 발주처에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데 이런 측면에서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이 불가피한 요소들이 많다"며 "제재만 가할 것이 아니라 실태 파악과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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