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자영업자 운영에 영향 미치는 심리적 이상 호소사례 늘어
1인 자영업자 고립상태 이어져 더 문제… 심리회복까지 지원돼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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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 충청권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40대 A씨는 홀로 가게를 운영한 지 10년이 넘었다. 쉬는 날이 없어도 손님 한 분 한 분이 버틸 힘이었던 그는 최근 이유 없는 불면과 무기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매출이 크게 떨어진 데다 종일 혼자 일하며 대화할 상대도 없다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날 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병원을 가거나 상담을 받아볼까 싶다가도 가게 문을 닫고 갈 생각에 막막하다. 자영업 스트레스로 상담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실패를 인정하는 일 같아 망설여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매출 부진과 늘어나는 고정비, 불안한 미래 속에서 버텨온 피로가 경기침체 장기화로 우울과 정서적 고립으로 번지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 및 SNS에는 ‘장사는 안 되는데 무작정 폐업을 할 수도 없어 그저 눈물만 난다’, ‘몸이 아파도 가게 생각만 하다 보니 이젠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는 글이 이어지는 등 심리적 이상 신호를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분위기다.

자영업자의 정신적 붕괴는 곧 가게 운영 위축, 폐업 증가와 상권 침체를 불러오며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단순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2018년 3.4%에서 2022년 4.7%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근로환경조사(2020~2021년) 분석에서도 자영업자의 불안 수준이 24.3%로 임금근로자(20.2%)보다 높았으며 수면장애 비율 역시 19.6%로 임금근로자(12.3%)를 크게 웃돌았다. 결국 코로나19 이후 악화된 자영업자의 심리·신체적 피로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적 관계망 약화 역시 우울 위험을 크게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3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분석에서는 사회적 관계가 ‘낮음’인 집단의 우울 위험이 관계가 ‘높음’인 집단보다 3.79배 높았다.

문제는 최근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경제적 불안과 더불어 고립된 노동이 이어지며 이들의 정신건강을 더욱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홀로 미용업을 운영 중인 한 소상공인은 "하루 대부분을 가게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손님이 올 때가 아니면 누군가와 대화할 일도 없고, 마음을 털어놓을 곳은 더더욱 없다"며 "그저 SNS에 짧게 글을 올리며 스스로를 달래는 게 전부다"라고 한숨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영업자의 심리적 위기는 곧 서비스 질과 고객 대응력 약화로 이어지며 매출 감소와 폐업 증가 결과를 낳아 지역 상권 및 경제 침체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우려한다.

지역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자영업자 우울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지역 공동체 회복력 저하를 보여주는 사회적 신호다"라며 "심리적 회복을 지역 단위의 사회적 과제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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