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도로 약속허가받더니, 이제와서 자전거도로로 대체
공증된 도로개설 문서 무시하고 비공개 회의 후 승인 논란
홍성억 충주시의원 "市 대체도로 검토 중이니 기다려달라"
[충청투데이 김의상 기자] 충북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 비내마을 주민들이 충주시와 골프장 사업자의 ‘공증된 약속 파기’와 ‘밀실 행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16일 오전 비내마을 주민 30여 명은 충주시청 앞 광장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앙성면 A골프장 조성으로 농어촌도로가 폐지됐음에도, 약속한 우회도로 개설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충주시가 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골프장만 두둔하는 불공정 행정을 즉시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A골프장은 2007년 앙성면 조천리 일원 약 60만평 부지에 골프장을 추진하면서 수십 년간 주민들이 이용하던 농어촌도로(면도 101호) 구간을 사업부지에 포함시켰다.
이에 골프장 측은 마을회와 ‘우회도로 신설 약속이행 각서’를 작성·공증하고, ‘2021년 말까지 마을입구~켄싱턴호텔 구간 도로를 완공 후 충주시에 기부채납한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충주시는 이 약속을 조건으로 사업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골프장 측은 약속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도로 부지 매입을 중단했고, 충주시는 2022년 3월 25일 ‘공사비 과다’를 이유로 대체도로 불가 결정을 내린 뒤, 비내섬~앙성온천 3.3km 자전거도로를 대안으로 승인했다.
주민들은 사전 통보도 없이 공증된 약속을 백지화한 행정 폭거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승인 과정은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시는 불가 결정을 내리기 불과 이틀 전인 2022년 3월 23일, 마을이장 등 주민 3명과 시청 직원 2명, 골프장 임원 1명만 참석한 비공개 회의를 열었고, 공식 주민설명회도 열지 않은 채 이틀 만에 골프장 사용승인을 내줬다.
주민들은 “누가 어떤 근거로 자전거도로 대체에 동의했는지조차 모른다”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참석자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증된 약속을 뒤집고 주민 교통권을 박탈한 것은 명백한 행정 폭거”라며 “시민을 철저히 배제한 밀실행정으로 공정과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성토했다.
한 주민은 "행정이 시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며 “약속을 지킬 의지도, 책임질 의식도 없는 시정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지역구인 홍성억 충주시의원(국민의힘)은 “시가 대체도로를 검토 중이니 조금 기다리면 된다”며 “필요 없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해당 각서는 골프장과 주민 간 문서일 뿐, 시가 법적 책임을 질 사안은 아니다”라며 “당초 계획된 도로(켄싱턴~비내마을 1.4km)는 환경적 제약과 비용 문제로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현실적으로는 마을에서 골프장 쪽으로 연결되는 도로 확장이 더 타당하다”며 “시가 대체도로 조성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비내마을 주민들은 충주시와 골프장 측의 약속 이행과 행정절차 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법적 대응과 추가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김의상 기자 udrd88@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