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구의 FunFun한 스토리] 이대영 디자인한다 대표
"공간을 넘어 문화를 디자인하는 게 최종 목표"
상업공간 시공 전문 인테리어 업체… 지난 8월 새사옥 이전
공간 바꾼다는 것 그 안의 일상과 감정까지 디자인하는 일
상상했던 디자인 완성됐을 때 힘든 과정 눈녹듯 녹아 내려
활기잃은 구도심에 생명 불어넣어 핫플레이스로 만들고파
기업 이익 지역 환원 차원 나눔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앞장
재능 살려 도배·장판 교체 등… 땀 흘리는 것이 진정한 봉사
매번 백지에 그림 그리듯 창작 고통 겪지만 천직이라 생각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맡은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여명구 충청투데이 대표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네 이웃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열정을 조명하고자 한다. 여 대표 특유의 친화력과 격의없는 화법으로 상대를 단숨에 무장해제 시키는 유쾌한 인터뷰를 연중 게재한다. <편집자 주>
인테리어 전성시대다. 주택에서부터 상가, 사무실은 물론 구도심 재생 사업까지 인테리어는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청주지역에서 고객에게 사람 사는 삶의 향기까지 묻어나는 인테리어를 지향하는 디자이너가 있다. 이대영 ‘㈜디자인한다’ 대표다. 디자인한다는 상업 공간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인테리어 업체다. 이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천직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상상 했던 디자인이 현실에서 완성됐을 때 힘들었던 과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매번 경험하기 때문이란다. 그런 매력에 빠져 20년 가까이 인테리어 디자인 외길 인생을 걷고 있다. 활기를 잃어버린 구도심에 생명을 불어넣어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게 그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이 대표를 만나 그가 꿈꾸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자세하게 들어봤다.
◆구도심을 핫플레이스로
청주지역에도 노후된 구도심이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 일부 구도심은 재정비 등의 사업을 통해 도심 기능을 점차 회복하는 곳들도 있다. 이곳은 레트로, 복고 분위기가 더해져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있다. 청주 중앙동 ‘소나무길’과 운천동 ‘운리단길’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가 꿈꾸는 구도심에 생명을 불어넣어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단순히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디자인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대표에게 공간이 아닌 무형의 문화를 디자인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를 물었다.
그는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구조를 바꾸는 게 아니다"고 전제한 뒤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일상과 감정까지 디자인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디자이너로서 개인소비자와 1대 1 프로젝트 수주를 넘어 쇠퇴하는 구도심 마을 전체를 디자인,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대표는 "지역사회에 노후 된 주택이나 쇠퇴하는 상업지역이 많은데 이런 공간을 살아 숨 쉬는 생동감 있는 지역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지역에도 쇠퇴하던 동네 자체가 핫한 커피숍 몇 개가 들어오면서 상권이 살아나는 사례들이 많다"면서 "청주 지역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동네에 빵집이나 커피숍들이 생겨나면서 활기차게 살아나는 곳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반면 아직도 많은 지역이 침체된 상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는 곳이 많다"며 "그런 지역을 스스로 발굴해 지역 사회가 모두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경영자로서의 진짜 포부"라고 강조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내 천직
이 대표는 공간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객의 요구를 공간에 반영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지 않은 과정이다. 고객의 요구가 이 대표의 기획 콘셉트와 결이 맞지 않을 경우도 있고, 시공이 불가한 경우 등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 대표는 "상상만 하던 공간이 마무리될 때 이 일에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고객이 요구하는 것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과정은 녹록하지 않다. 먼지 많은 현장을 다녀야 하고, 고객과 무수히 많은 소통과 선택의 과정을 거치야 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면 힘들고 어려운 건 잠시뿐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런 모습을 볼 때 인테리어라는 직업을 택한 것이 얼마나 현명한 생각이었는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라며 웃음을 지었다.
◆상업 공간 전문 인테리어
이 대표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대학을 실내건축학과로 진학하면서부터다.
초등학교 시절 조용한 성격이었던 이 대표가 디자인 분야에 눈을 뜬 것은 중학교 무렵이다. 당시 이 대표는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게 좋았고, 결과물을 보면 성취감을 느꼈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술을 접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도면을 그릴 기회가 생겼다.
도면 그리는 이 대표의 적성과 맞았다. 도면을 그리는 시간이 기다려졌고, 도면을 그리는 시간이 더 없이 행복했다. 그의 도면 그리기는 대학 진학에 이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됐다.
이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대학 선택의 기준이 도면을 그릴 수 있는 직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실제 대학도 실내건축학과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진학 후 각종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
졸업 후에는 전국기능대회에 출전, 전국 1등을 차지할 만큼 디자이너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렇게 실내건축과 맺은 인연이 올해로 20년 가까이 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새 사옥(청주 상당구 명암로 274)으로 이전, 제2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9년간 생활했던 상당구 용암동 사무실을 정리하고 최근 새 사옥으로 이전을 마쳤다"며 "이곳에서 한 층 더 성장하는 ‘디자인한다’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디자인한다’는 어떤 공간의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취급할까.
이 대표는 "‘디자인한다’는 상업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업체"라고 소개했다. 이어 "예를 들면 공장 신축부터 병원, 학원, 카페, 동물의료센터 등 상업 시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문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를 통한 나눔 실천도 앞장
이 대표는 기업의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나눔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봉사란 무엇일까.
그는 "형식적으로 하는 봉사는 만족할 수 없고,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돈만 내는 봉사나 남에게 보여주고 사진 찍기 바쁜 봉사 역시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땀 흘려 봉사하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실내건축’ 분야이기 때문에 이를 살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앞장서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작게는 독거노인 돌봄부터 크게는 재난이 발생하면 본인의 업을 살려 도배공사나 장판교체 같은 재능기부 형태의 봉사활동에 동참해 왔다"면서 "봉사활동 중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7남매의 드림하우스’ 공사를 주도적으로 기획·시공해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해 준 적이 있는데 이 봉사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오늘도 디자인합니다"
‘디자인한다’란 회사명이 직관적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사 슬로건이 ‘디자인한다는 오늘도 디자인합니다’"라고 소개한 뒤 "인간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의 효율적인 구조와 편리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해 오늘도 생각하고 디자인한다"고 웃음 지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천직이라고는 하지만 이 대표는 지금도 프로젝트가 처음처럼 어렵고, 매번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창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고갈된 아이디어가 살아 나오고 시행착오를 일으켰던 불투명한 것들이 간결하게 표현되기 시작하면 그 순간 고통은 행복으로 바뀌는 마법을 경험하곤 한다. 이런 마법같은 행복이 이 대표가 인테리어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