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규모 85개 불과·1등급 시스템 시일 걸릴 듯
정부, 올해 디지털 신분증 속도…안정성 담보 의문
중앙 집중형 인프라 한계점…복원력 확보 과제로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끊김 없는 디지털 행정’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 디지털 신분증 전면 도입과 2027년 전자투표 시범사업 등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차세대 행정 서비스인데, 안정성 확보를 담보하기 쉽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국정자원 화재와 관련, 문제가 발생한 이후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정상화 규모는 647개 중 85개에 불과하다.
중단된 1등급 핵심 시스템 36개 중 절반 이상이 복구됐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24’, 우체국 금융, ‘복지로’ 등 주요 생활형 서비스가 일부 살아났으나 지역 현장에서는 수기 접수와 대면 확인 등 ‘아날로그 회귀’가 이어졌다.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UPS(무정전전원장치) 배터리 교체 작업 중 발생했다. 불길은 곧 진화됐지만 전산실 5층이 전소되면서 96개 시스템이 완전히 파손됐다. 정부는 안전 확보를 위해 전산망 전체를 선제 차단했고, 복구에는 최소 4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행정 공백은 생활 전반에 걸쳐 드러났다.
조달청 나라장터가 멈추며 공공입찰이 중단됐고, 화장시설 예약(e하늘)과 무인민원발급기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전국 관공서와 우체국 창구에서는 주소와 신청서를 손으로 작성하는 장면이 잇따랐다. 임시 대체 채널이 마련됐지만 법적 효력과 책임 관계가 불분명해 민원 혼선이 불가피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도입했고, 민간 앱을 통한 발급까지 허용하며 디지털 신분증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AI 기반 민원·상담 체계를 구축하고, 2027년 전자투표 시범사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기반 인프라가 단 한번의 피해로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국정자원 화재로 확인되면서 차세대 행정 서비스의 안정성 확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중앙 집중형 인프라 구조의 한계로 분석하고 있다.
단일 전산실에 수백 개 시스템이 집중돼 있어 사고 한 번이 대규모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복구 과정에서 대구센터 클라우드가 활용되고 있지만 멀티리전 구성이나 이원화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서비스 중단·복구 현황을 공개하며 납부 기한 연기, 수수료 면제 등 불편 완화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면 각 서비스별 복구 목표 시점과 임시 절차를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와 망의 단계적 분리, 전산실 이중화, 재해 대비 모의훈련 강화 등 복원력 확보가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협력해 지역 행정 서비스 공백을 줄이고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행정 서비스 제공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