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통공사 직원 사칭… 2800만원 송금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보이스피싱만 적용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지역 소상공인을 상대로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해 송금을 요구하는 피싱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8일 대전의 한 전기업체 대표 A씨는 최근 ‘대전교통공사’ 직원을 사칭한 피싱범에게 속아 2800만원을 송금하는 피해를 입었다. 자신을 공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피싱범은 "현장 공사에 사용할 소음측정기를 구매해야 하는데, 관공서에서 직접 사면 업체가 가격을 높게 부른다"며 "업체를 소개해 드릴 테니 대신 구매를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그러고선 포토샵으로 만든 가짜 명함을 보내며 A씨를 안심시켰다.
게다가 A씨는 과거 실제 교통공사에 물품을 납품한 경험이 있었기에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후 피싱범이 소개한 업체에 연락해 견적서를 받은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대금을 송금했고, 곧바로 연락이 끊겼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다른 업무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공사와 거래 경험도 있어 안심했다"며 "견적서를 받고 바로 송금했는데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토로했다.
뒤늦게 사기를 깨달은 A씨는 은행에 계좌 정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에만 적용되며, 공공기관 사칭 피싱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해당 법에 따라 금융기관에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이러한 사기 사례의 경우 금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여전히 자책감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당장 큰돈을 잃어 생계에도 타격이 크다"며 "저처럼 거래 경험이 있는 업체들은 쉽게 속을 수 있다. 이런 사기 수법이 널리 알려져 다른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막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현재 둔산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공공기관을 사칭한 금전 요구는 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대전시교육청 직원을 사칭해 허위 공문을 자영업자에게 보내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이들은 주로 허위 명함·견적서·공문 등을 활용해 신뢰를 확보한 뒤, 특정 물품을 긴급히 구매해야 한다며 업체를 지정해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을 이용한다.
그러나 실제 공공기관은 대리 구매를 요청하지 않을뿐더러, 일정 금액 이하는 법인카드로 결제하거나 공개입찰 절차를 통해 물품을 구매한다.
이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는 "공사 직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전 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계약이나 거래 과정에서 금전을 요구하는 사례는 모두 사기이므로 즉시 공사와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