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5억 투입해 조성, 잔디광장 7년째 파크골프협회 차지
자리 비워달라는 시 요구에 협회 측은 “못 비킨다” 입장
‘기후대응도시숲’·‘크리에이터 허브존’ 국비 사업 차질도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560억 원을 넘게 들여 만든 천안 도솔공원 잔디광장이 수년째 일부 파크골프 동호인들만의 경기장으로 이용되면서 시민 편의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천안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3년~2017년 동남구 신부동 119번지 일원 6만 1427㎡에 도솔공원을 조성했다. 조성공사에는 토지보상비 등 포함 565억 원이 투입됐다.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바로 앞에 위치한 도솔공원은 사실상 천안의 관문 성격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공원 내 잔디광장은 조성 10개월 만에 파크골프장으로 변모했다.
구본영 전 시장 재임시절이던 2018년, 시가 천안시파크골프협회(이하 협회) 측의 공간사용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다. 이후 공원 전체 면적의 24%에 달하는 1만 4825㎡가 18홀 규모 경기장으로 사용됐다. 현재 이곳에는 하루 평균 300~400여 명(천안시 추산)의 회원이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대로 된 공원을 조성해 일반 시민들에게 돌려주려는 시의 방침에 협회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 시는 지난해 말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기존 ‘광장’에서 ‘공원’으로 시설변경결정을 마치고, 올해 공원조성 계획 수립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었다. 이를 위한 설계용역비 4억 원도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했다.
시는 지난해 말부터 협회 측에 “지하주차장 누수 공사 등을 해야 한다”며 공간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협회는 일방적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협회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에 현재 시는 올해 말까지로 최종 사용승인을 내준 상태다. 이마저도 협회 측은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도솔공원 지하주차장 무료 이용시간을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려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시가 추진하려는 각종 국비 공모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는 올해도 산림청 ‘기후대응도시숲’ 사업 공모에 선정돼 30억 원을 확보했지만 용역업체와 계약하지 못하고 있다. 변수 발생 우려 때문이다. 나무가 풍성한 공원다운 공원을 조성하려는 계획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게다가 잔디광장에 조성하려는 거점형 스마트도시 사업 일환의 ‘크리에이터 허브존’ 사업도 설계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업은 국비 포함 20억 원을 들여 미디어월을 조성, 창작자들이 만든 영상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려는 게 핵심이다.
대학 밀집 지역인 안서동의 이점을 활용해 관련 인재 양성 및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실증을 해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들이 협회의 반발로 제때 행정절차가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도솔공원 인근 6개 클럽의 회원들이 여기서 골프를 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여기서나마 활기를 찾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을 굳이 뺏어갈 이유가 뭐가 있느냐”면서 “이것은 행복권 침해고 노인들을 죽이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절대로 못 비킨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개장한 삼거리공원에 이어 도솔공원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면서 “공원 녹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에 맞는 행정을 펼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