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예산부, 전 실·국에 ‘20% 축소’ 지침
일선 공무원들 사이 혼란·무력감 확산
효율성 기준 정밀한 시스템 마련 시급
시 예산부 “조정 유도 위한 기준선일 뿐”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속보>=세종시가 결국 내년도 예산을 올해 예산보다 최대 20%까지 삭감하는 긴축 재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26일자 4면>
시 예산부서는 최근 내년 본예산 편성을 위한 부서별 예산 수요 조사에 돌입하면서, 전 실·국에 ‘무조건 올해보다 20% 줄이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축 비율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가운데, 예산편성 초기 단계부터 전 부서의 예산 삭감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2030년 도시완성기(3단계)를 준비해야하는 시점, 내년 예산 규모가 5년전 자족성장기(2단계)로 역주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종시는 2016년 ‘1조 원 시대’ 개막 이후 예산 규모를 늘려왔지만, 최근 5년 새 성장세가 둔화됐다.
행정수도 기능 강화와 도시 확장으로 인해 재정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자체 세입 기반이 취약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위기의 본질로 지목된다.
예산 감축 방침이 일률적으로 하달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선 혼란과 무력감이 확산되고 있다. ‘돈이 없어 일을 못하는 사태’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하면서다.
도시 성장과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세종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번 예산 감축은 곧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을 겨냥한 행정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시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주민 복지 기반을 흔드는 위험 신호로와도 연결지어진다.
시 내부 일각에선 실·국별 사업의 중요도, 정책 기여도, 비용 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한 정밀한 예산조정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의 특성과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경우, 예산 효율화가 아닌 행정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시 예산부서는 20% 감축 지침의 실제 목적은 최종 삭감이 아니라 실·국별 자율 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기준선을 제시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예산담당관은 "이번 지침은 행정운영경비, 필수복지비 등 필수경비를 제외하고, 재량사업·정책사업에 한해 부서 자율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안을 제출하라는 의미"라면서 "한도 내에서는 감액한 형태로 제출하되, 필요 사업은 한도 외로도 제출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연말 세입 추계 결과에 따라 반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무조건 줄이라’는 식의 일괄 삭감 지시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도 내 사업은 실·국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한도 외 사업은 정책성과 타당성 중심으로 엄격히 심사하겠다는 취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시 사업부서 한 관계자는 "무조건 삭감이라는 오해가 현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산 편성 과정에는 명확한 기준, 소통, 전략적 설계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