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주 호계리 호우피해 농가 가보니
여러 기관서 애호박 피해농가 돕기 봉사
땅에 박힌 비닐 뺄 때마다 흙먼지 날려
비닐하우스서 봉사…얼굴 벌겋게 익어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삼복더위에 당연히 힘들지만 피해를 입은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회, 기관, 시민 등 누구나 시간이 되면 다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호계리의 애호박 피해농가를 돕고 있는 김현기 청주시의회 의장은 이 같이 말했다.
28일 오전 8시경 이른 시간이지만 이미 수은주는 3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날 호계리의 애호박 피해농가에는 청주시의회, 충북농협, 농협캐피탈, 농협경제지주 음성축산물공판장, 농협중부미트센터, 농협청주시지부, 농협옥천군지부, 농협영동군지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지원을 나왔다.
80여명의 인원이 자외선차단 마스크, 팔토시 등 단단히 무장을 하고 비닐과 고사작물을 제거했다. 땅속에 단단히 박힌 비닐을 뺄 때마다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오른다.
30분이 지난 오전 8시 30분경 이곳저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비닐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하니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더위를 식힐 것은 물 한모금과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는 것이 전부다. 물을 마시려고 마스크를 벗은 얼굴은 벌겋게 익었다.
박헌규(78) 애호박 농장주는 “애호박 비닐하우스 20여동이 침수돼 어떻게 할지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도움을 주니 큰 위로가 된다”며 “고맙다는 말 밖에 생각이 안 난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에 많은 인원이 참여해 복구작업은 1시간 30여분 만에 어느 정도 끝이 보였다.
권기인 오송농협 상임이사는 “농협은 언제나 농민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앞장서겠다”며 “폭염에 농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멀리에서 온 기관에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주시는 흥덕구 옥산면과 청원구 오창읍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지난 16~19일 옥산면과 오창읍에는 3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천안지역으로부터 흘러오는 국가하천인 병천천이 범람해 인접 지역인 옥산면과 오창읍의 하천시설물, 농경지 작물 등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호우로 인해 집계된 청주시 전체 피해금액은 101억 7900여만원으로 청주시 국고지원 기준인 49억원을 이미 초과했다. 이 중 옥산면 피해 금액은 28억 800여만원, 오창읍은 15억 4000여만원으로 읍·면·동 단위의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인 12억 2500만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