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곽계윤 문창시장 상인회 부회장
문창시장 1967년 개설 후 문화공간 변화
유치원 장보기 체험·문창챔피언야시장
한화생명볼파크 개장 후 방문객 증가
전면적 소비 확대 위한 홍보 강화 박차
맞춤 먹거리 등 ‘기억에 남는 시장’ 준비
지역화폐·품질 관리 긍정적 보완책 마련
변화하는 소비 환경 … 상인들 지속적 노력
정부 지원 일시적 도움 소비 심리 회복 必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전통시장은 여전히 지역 공동체의 온기를 품은 삶의 터전이자 도시의 뿌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대전 중구에 자리한 문창전통시장은 1967년 개설 이래 반세기 넘게 시민의 삶과 함께해온 대표 전통시장으로 최근 대전한화생명 이글스파크 개장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매 경기 야구장은 매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인근 상권 체감은 엇갈린다. 문창시장 역시 기대감과 더불어 현실적인 한계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이에 충청투데이는 곽계윤 문창시장 상인회 부회장을 만나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 전통시장이 지켜야 할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문창시장과 상인회는 어떤 곳인지.
"문창전통시장은 1967년 개설된 대전 대표 전통시장이다. 처음에는 인근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들고 나와 자연스럽게 장터를 형성한 것이 시작이었고 지금까지도 협동심과 이웃 간의 정이 살아 숨 쉬는 전통의 장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보문산 자락 아래 자리 잡고 있어 경관이 아름답고 대전과 옥천, 금산 등 인근 지역 관문으로서 물류와 교류의 거점 역할도 수행해 왔다. 시장 인근에는 대전한화생명볼파크와 충무체육관 등이 위치해 스포츠 문화와의 접점도 형성되고 있다. 현재 상인회는 소비자에게 더 나은 환경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현대화 사업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올해 문창시장의 주요 사업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지.
"문창시장은 지난해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 2년차를 맞이해 시장의 고유한 문화와 지역 주민, 관광객 간의 접점을 넓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교육기관과 연계한 장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래 세대에게 전통시장의 가치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문창챔피언야시장’ 등의 문화행사를 통해 시장이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고 있다. 서문 일대에는 전선지중화사업이 진행 중이며 향후 문화거리 조성을 염두에 둔 기반 마련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외에도 2026년까지 아케이드 리모델링을 포함한 시설현대화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공동배송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개장 이후 문창시장 상권에 변화가 있었는지.
"실제로 문창시장을 찾는 발걸음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 중 일부가 시장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시장을 경유해 이동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야구 응원용 먹거리 등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의 비중도 커지면서 시장 상인회 차원에서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하면서 팀 성적에 따른 지역 내 관심도도 높아진 만큼, 시장에서도 이 흐름에 발맞춰 하반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아직 전면적인 소비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준비하는 분위기다."
-야구장 특수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야구 관람객들은 주차 후 곧바로 경기장 입장 시간에 맞춰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은 편이다. 또 소비 패턴도 경기장에서 바로 소비할 수 있는 먹거리에 집중돼 있어 전통시장의 다양한 상품이나 매력을 충분히 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상인회는 당장의 매출보다 ‘기억에 남는 시장 경험’을 남기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비록 짧은 방문일지라도 시장에서의 경험이 긍정적으로 남는다면 추후 재방문이나 입소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상인들은 편의시설 개선, 친절 응대, 메뉴 다양화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장 인지도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야구장 특수가 이어지기 위한 보완책이 있다면.
"시장 내 일부 음식점은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젊은 세대 고객이 유입되는 사례도 있다. 이는 결국 상인이 자신의 상품에 대한 자부심과 전문성을 갖고 꾸준히 품질을 관리해온 결과다. 방문객의 입장에서는 가격 뿐 아니라 서비스와 편의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결제 시스템도 개선 중이다. 현재는 신용카드는 물론,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중구 지역화폐(중구통)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 시장과 야구장을 잇는 길목을 문화거리로 조성해 방문객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아울러 야구 팬들을 위한 맞춤형 먹거리 개발, 행사 연계 전략 등도 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통시장 경기 분위기는 어떤지.
"올해 상반기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전통시장 역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고 상인들도 예년에 비해 매출 부진을 체감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시장을 찾는 단골 고객이나 지역 주민 덕분에 버티고 있는 점포들이 많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간헐적으로 시행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들은 일부 숨통을 틔워 주기도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대응일 뿐 근본적인 소비 심리 회복 없이는 개선이 쉽지 않은 구조다. 상인들 대부분은 지금이 ‘버티는 시기’라 여기며 변화하는 소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지역화폐 등 정부의 민생경제 정책에 대한 상인들의 체감은 어떤지.
"대전 중구에서는 지역화폐 ‘중구통’이 발행돼 실제 시장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일정 금액을 더 얹어주는 혜택이 있는 만큼 사용 유도 효과도 높고 상인 입장에서도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통시장 특성상 소액 결제나 반복 구매가 많은데 지역화폐는 이러한 소비 패턴에 부합하면서 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도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게 한다. 다만 지역화폐가 특정 매장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가맹점 확대, 홍보 강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보인다. 현재는 일부 업종에서만 활발하게 사용되는 측면이 있기에 시장 전반으로 활용도를 넓히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인 것 같다."
-대전시나 정부에 바라는 점, 그리고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전통시장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지원해준 대전시와 정부에 깊이 감사드린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이 상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고 앞으로도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특히 시설현대화, 결제편의 확대, 문화행사 지원 등은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께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문창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어울리는 따뜻한 공간이다. 시대는 변해도 시장의 가치는 여전하다. 앞으로도 더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민 여러분께 보답드릴 수 있도록 상인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