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이제는 제대로 해야]
전문가, 5극 3특 재정권한 제약 우려
“권한 안준 균형발전 통치전략일 뿐”
헌법·법률이 보장할 권한 문제 지적
[충청투데이 조사무엘 기자] 학계에선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지 못하는 한 균형발전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지역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 정부가 내세운 ‘5극 3특’ 전략은 초광역 권역 단위의 협력체계를 통해 수도권 집중 구조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지방정부의 정책 자율성과 재정 권한이 크게 제약돼 있는 현 상황에선 지역 주도의 균형발전이 작동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광역 단위로 지역을 통합해 균형발전을 추진하려는 방향은 타당하지만, 과거 정부들이 실패한 핵심 이유는 권한 이양 없는 ‘형식적 통합’에 있었다”며 “지자체 간 협력과 주민 공감, 재정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자체 간 협력 역량과 공동 사업 추진 의지가 선결돼야 하고, 중앙은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함께 실질 권한을 넘기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금까지 초광역 협력체는 형식만 있고 실제로 연계 사업은 거의 없는 상태”라며 “광역 단위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각 자치단체가 단순히 예산만 나눠 갖는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의 목표 아래 연대와 조율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체감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며 신뢰를 갖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
그는 “지금의 지방자치는 선거만 있고 권한은 없는 껍데기 자치에 불과하다”며 “이름만 지방자치일 뿐, 실질적으로는 중앙의 지시를 따르는 행정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기초자치단체나 주민자치조직 어디에도 법적 권한이 없다”며 “국회와 정부 모두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지 않으면서 지방자치를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또 “특히 재정과 조세 분야에서의 독립성이 관건”이라며 “지방정부가 지역 상황에 맞는 세목과 세율을 스스로 결정하고, 예산을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지역 맞춤형 정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 중인 균형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권 교수는 “권한을 주지 않은 채 광역 구도를 재편하겠다는 발상은 지방자치가 아니라 중앙의 통치 전략에 가깝다”며 “무엇을 스스로 판단하고,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치”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방자치는 더 이상 선거 제도나 조직 개편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보장해야 할 실질 권한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지방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균형발전 역시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육 원장은 “지금은 광역-기초 간 협력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이 스스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지역이 직접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진짜 균형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사무엘 기자 samuel@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