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폐업 건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 넘어서
충청권 2년 간 사업 포기로 폐업 신고 평균 30건 웃돌아
건설업계, 인수합병(M&A) 및 정부차원 대책 마련 절실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올해 상반기 충청권에서만 종합건설사 36곳이 폐업 신고를 하며 건설업계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종합건설기업 상반기 폐업 건수가 304건에 달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을 넘어섰다.
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공개한 '건설업 인수합병 최신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전국 종합건설기업 폐업 건수는 2021년 이후 4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는 역대 최다인 641건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2년 연간 500건을 웃돌다가 2013년부터 줄어들어 10년간 200~300건 수준을 유지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충청권에서 폐업 신고가 공고된 건설사(종합건설업 기준, 전문공사업 제외)는 총 36곳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대전 7곳, 세종 2곳, 충남 13곳, 충북 14곳이다.
이 중 7곳은 법인 합병이나 업종 신규 등록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지만 나머지 26곳은 사업 포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전 5곳, 세종 1곳, 충남 22곳, 충북 11곳 등 총 39곳이 폐업 신청을 했고 이 중 35곳이 사업 포기를 택했다.
근 2년, 매년 상반기에만 평균 30여 곳이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꾸준히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공사비 증가, 전쟁으로 인한 수입 원자재 급등,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미분양 물량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충북 내 공사실적 2위이자 업계 96위 대흥건설이 올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소업체 위기를 넘어 중견까지 건설업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각종 지표 역시 업계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11로 2020년(100) 대비 30% 증가했다.
5월 고용동향에서는 충청권 건설업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만7000명 감소했다.
실질 지역내총생산 지표에서도 충청권 건설업은 지난해 3분기 -7.7%, 4분기 -6.8%에 이어 올해 1분기 -10.7%를 기록하며 하락폭이 더욱 확대됐다.
건설사 도산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광범위하다.
협력업체와 자재 공급사, 인력시장까지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건설경기는 구조적 특성상 단기간 회복이 어려워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추가 대출 규제가 현실화되면 해소는커녕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도산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설업계의 인수합병(M&A)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업계의 M&A는 단기적인 경영정상화를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 혁신과 지속 가능성 강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특히 중소 건설기업을 위한 맞춤형 정책과 체계적인 지원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