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거는 의식주의 기본이자 인간 생존을 뒷받침하는 최소의 권리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충청권의 주거복지 실태는 기본권 보장이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드러낸다. 전국에 설치된 주거복지센터는 62곳이지만 79%가 수도권에 있고 충청권에는 세종과 청주, 천안에 각 1곳씩 3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전에는 단 한 곳도 없는데, 단순한 행정 공백이 아닌 제도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평가다. 주거기본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주거복지센터 설치 규정은 권고에 그치다 보니 지방정부의 재정여건과 우선순위에 따라 설치 여부가 결정된다.
현장에서 만난 쪽방촌과 고시원 거주민들은 비좁고 곰팡이 핀 열악한 공간에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고령, 질병, 빈곤이 겹쳐도 지원 정보를 몰라 방치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죽지 못해 산다"는 거주민의 고된 목소리는 주거복지가 단순한 시설 지원이 아니라 국민의 생존권 보장 자체임을 보여준다. 현재 주거지원 체계는 쪽방상담소와 LH, 지자체 부서에 흩어져 있고 신청주의에 기반하다 보니 정보 취약층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 힘들다. 취약층을 위한 주거복지센터 설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주거복지센터는 단순 상담창구를 넘어서 각종 주거복지 사업을 통합 안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연계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대전의 경우 지난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설치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올해도 관련 기관 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국비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내년 설치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복지 인프라 부재는 지역 불균형을 더욱 심화하고,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같은 비용을 결국 더 큰 사회적 부담이 돼 국가와 지역사회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주거복지센터 설치를 선택이 아닌 의무로 전환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주거권은 예산이나 정책의 여유가 있을 때 챙기는 부차적 과제가 아닌 국가 책임의 핵심이다. 지자체도 행정 편의주의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민간과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주거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 더 이상 주거복지가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중앙과 지방이 책임 있는 결단으로 응답해주기 바란다. 주거 취약계층의 삶을 외면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