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위기 몰린 지역서점]
예산 삭감… 지역 서점·생태계 위기
지자체 무관심에 ‘계룡문고 폐업’
텍스트힙 등 독서문화 맞춤 지원 절실

책.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책.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대전시 독서문화 관련 예산이 잇따라 삭감되면서 지역 독서문화 생태계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독서 문화를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 없는 ‘공공재적 가치’라며 정책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신철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은 "대전은 과학 인프라, 대학, 예술의 전당 등 문화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도시이지만, 지자체의 독서문화에 대한 관심은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라며 "전체 예산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독서문화 관련 예산만 줄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의 무관심이 실제 도서문화 생태계 피해로 이어진 대표 사례로 ‘계룡문고’ 폐업을 언급했다.

대전 대표 향토서점이던 계룡문고는 시 산하기관인 대전테크노파크 건물 임대료를 지급하지 못해 소송에 휘말려 지난해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강 이사장은 "시가 독서 문화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시민들의 독서 문화 기반이던 계룡문고가 폐업으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역 독서 문화가 침체되면 시민들의 문화 의식과 수준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독서 문화 진흥 관련 예산들이 되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텍스트힙’ 등 독서문화의 양상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지원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텍스트힙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공유하는 새로운 독서 트렌드로, 단순한 독서를 넘어 ‘읽는 모습’ 자체를 콘텐츠화하는 것을 말한다.

권선영 한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요즘 독서는 단지 텍스트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책을 읽고 인증하거나 공유하는 ‘텍스트힙’ 문화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독서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지만,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이 활발해지고 도서 문화가 활기를 얻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변화하는 독서 트렌드에 맞춰, 독서문화에 대한 정책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독서 문화도 변화의 흐름에 맞춰 진화해나가야 한다"며 "정책 지원도 변화에 발맞춰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부에서 독서 문화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독서 문화 발전을 위한 정책이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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