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32보병사단, 참전용사 초청행사 진행
한국전쟁 참전용사 김태수 옹, 18살 전쟁터로
주요 전투 중 하나인 대전 전투 참가 이후 정착
김일성 별장 탈환 작전 전우 생각하며 눈물도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총성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옆에 있던 전우가 총을 맞고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나는 꼼짝도 못 했어요.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김태수(95) 옹은 13일 오전 부대 창설 70주년을 맞은 육군 제32보병사단이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해 마련한 행사장에서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며 이렇게 말했다.
대전과 세종, 충남 지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을 초청한 이날 행사장은 분주함 속에서도 이들을 예우하는 차분한 공기가 교차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기념사로 시작한 행사는 무공훈장 수여와 희망박스 전달, 군악대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이윽고 군이 참전용사들을 위해 마련한 헌정영상이 끝나자 김 옹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제주도 애월읍에서 자라온 김 옹은 1950년 학도병 1기로 전선에 뛰어들었다. 당시 18세의 앳된 학생은 교복을 입은 채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전쟁터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그와 함께한 80여 명의 학생들은 경북 영천에 발을 디뎠고, 입고 있던 교복과 모자를 사과밭에 묻었다.
그렇게 그들은 책이 아닌 총을 들며 나라를 지킨다는 결심 하나로 전쟁터에 나섰다.
김 옹은 영천에서 기초적인 군사훈련만 받은 채 대구를 거쳐 대전지구 전투에도 참여했다.
1950년 7월 16일 미군과 유엔군이 주축이 된 대전 전투는 북한군 주력 저지를 위한 매우 중요한 전투 중 하나였다.
다행히 한국군의 피해는 크지 않아 목숨을 건졌지만, 김 옹이 가장 잊지 못하는 기억은 1953년 7월 24일, 정전협정 사흘 전 치러진 강원도 고성에 있는 김일성 별장 탈환 작전이다.
전쟁이 멈추기 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총공세를 펼쳤지만, 별장 부근은 북한군 기관총이 버티고 있었고, 수많은 전우들이 옆에서 목숨을 잃게 됐다.
당시를 떠올리던 그는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전우가 살려달라고 부르짖었지만,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며 “양옆에는 시신이 쌓였고, 피가 내 목과 손을 타고 흘렀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그는 대전에 정착했다. 반세기 동안 지역의 발전을 지켜본 그는 “지금의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라며 평화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이어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이 순간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지면 사단장은 “참전용사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대한민국의 오늘이 존재한다”며 “사단 모두가 깊은 감동을 받았고, 선배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지역 안보 역량을 더욱 굳건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