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대전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늘봄처럼 따뜻한 학교
늘봄프로그램 등굣길합주부
외삼초만의 교육풍경 화제
음악으로 하루를 여는 배움
학부모, 악기 등 지원 호응
오케스트라 개별 수업 제공
지도교사·교직원 협연 눈길
초·중·고급팀 단계별 합주
주민 “감동 프로그램” 찬사
“음악으로 긍정적 아이 육성”
現 2학기 공연 준비에 분주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사회 전체 구성원의 책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바로 ‘늘봄학교’다.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늘봄학교는 기존의 이원화된 초등 방과후학교와 돌봄 교실을 통합, 정규수업 외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충청투데이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과 연계, 운영 중인 대전시교육청의 늘봄학교 운영 현황을 살펴보며 교육 환경의 발전 과정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외삼초 늘봄학교의 시작 ‘등굣길 음악회’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외삼초는 지난해 전면 확대된 늘봄학교 정책에 발맞춰 창의·예술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등굣길합주부’가 있다. 이는 정규 수업 시작 전에 음악을 연습하고, 나아가 연주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된 미래형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올해 외삼초는 전교생 661명 중 380명의 학생이 늘봄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등굣길합주부를 포함한 맞춤형 프로그램 9개, ‘굿모닝 에듀케어’를 포함한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은 18개가 운영되고 있다.
선택형 돌봄 프로그램은 4개의 돌봄 교실과 1개의 연계형 돌봄 교실까지 총 5개 반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도 등굣길합주부는 학교 문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아침부터 아이들의 손 끝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외삼초만의 특별한 교육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1일에는 등굣길음악회도 열렸다. 운동장 앞 현관에서 진행된 음악회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까지 모여 등굣길합주부의 연주를 감상했다. ‘음악으로 하루를 열고 배움이 시작되는 학교’는 외삼초 늘봄학교가 실현하는 미래형 교육이다.
등굣길합주부의 탄생
등굣길합주부는 과거 소수의 학생들만 참여했던 방과 후 오케스트라 활동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늘봄학교 예산이 본격 지원되면서 악기 수급, 공간 확충, 지도 인력 배치 등 인프라가 안정화됐다.
이로 인해 오케스트라와 등굣길합주부 활동이 단순 동아리를 넘어선 전교적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무료 수업’과 ‘악기 지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2023년 실시한 수요조사에 따르면 "비용 부담이 없으면 참여하고 싶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었다.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확보해 오케스트라 개별 수업을 무상으로 제공하게 되었고, 이는 프로그램 참여 인원 확대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재 등굣길합주부 프로그램은 오전 8시부터 40분 동안 운영된다. 정규 수업 시작 전에 음악 연습을 해 연주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함께 만드는 등굣길 음악회
등굣길 음악회의 가장 큰 특징은 ‘열림’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뿐 아니라 리코더, 탬버린, 단소 등 간단한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일반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고, 지도교사뿐 아니라 희망하는 교직원들도 협연한다. 실제로 바이올린과 첼로를 다루는 교사들이 음악회에서 함께 연주하며 아이들과 예술로 소통하고 있다.
이번 봄 음악회에서는 초급팀이 ‘하얀 거탑’, ‘퍼프와 제키’, ‘날지 못하는 비행기’를, 중급팀은 ‘바다가 보이는 마을’을, 고급팀은 ‘비바 라 비다’, ‘고향의 봄’ 등을 연주했다. 음악회 당일 현관 앞마당은 작은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간이 무대와 의자가 마련되었고, 각 파트 학생들이 손에 악기를 들고 정렬했다. 지도교사의 지휘에 따라 곡이 시작되자, 현장은 고요함과 기대감 속에 집중됐다. 학생들은 30분 동안 관객이자 연주자로 음악의 울림을 함께 나눴다.
한 지역 주민은 "어린이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참 기특하고 음악을 좋아하던 여고생 시절이 떠올라 감동스럽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등굣길음악회 외에도 외삼초는 사계절 내내 음악소리가 흘러나온다. 학기 초에는 오케스트라 3개월 미니캠프를 열어 고학년 학생들에게 플루트, 클라리넷, 더블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계절별 정기 음악회도 운영된다. 여름시에는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열리는 ‘고수런치 음악회(고맙습니다, 수고했어요 런치)’를 통해 학교 급식실 실무원, 행정실 직원 등 정규 수업 외의 구성원들에게도 공연 감상 기회를 제공한다. 겨울에는 캐럴 중심의 ‘학년말 음악회’가 열린다. ‘고요한 밤’, ‘실버벨’, ‘오 거룩한 밤’, ‘A Whole New World’ 등 아이들에게 친숙한 곡들로 구성된 무대에서 학생들은 1년간 쌓은 실력을 뽐내며 자신감을 쌓는다.
음악으로 바꾼 학교 문화
외삼초 등굣길합주부 지도교사는 "오케스트라는 단순한 음악활동을 넘어서 협동심, 집중력, 책임감을 기르는 좋은 도구"라며 "지각하던 아이들이 8시 전에 스스로 음악실에 도착하고, 파트 간 소통을 통해 함께 맞춰가며 연주하는 모습은 음악을 통한 인성교육의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무대에 서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외삼초의 한 6학년 학생은 "연습할 땐 어려웠지만, 친구들과 맞춰가면서 즐거웠고 무대에 서는 순간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 학부모는 "아침마다 깨우기 어려웠던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 악기를 들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며 "음악이 아이를 바꿨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외삼초는 단지 교육 정책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예술 활동을 통한 감성 교육은 ‘배움이 있는 돌봄’이라는 늘봄학교의 핵심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낸다.
올해 하반기에도 외삼초는 2학기 ‘가을 등굣길 음악회’를 비롯해 ‘고수런치 음악회’, ‘학년말 캐럴 음악회’ 등 다양한 정기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계절에 맞는 선곡과 전교생의 참여 확대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예술을 누리는 학교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늘봄학교의 음악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닌, 학교 문화를 바꾸는 힘이다. 외삼초는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늘봄학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