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은 시민복지기준선]
충북 제외 모든 지역 도입했지만
10년 지났어도 별다른 성과 없어
대전시 “타 사업에 밀려 운영못해”

대전 동구 정동의 쪽방촌 골목. 충청투데이 DB.
대전 동구 정동의 쪽방촌 골목. 충청투데이 DB.

[충청투데이 김세영 기자] 충청민 삶의 질 보장을 목표로 도입된 시민복지기준선이 유명무실한 정책으로 전락했다.

도입 약 10년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점검과 개선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29일 충청권 지자체에 따르면 시민복지기준선은 헌법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지역 차원에서 구체화한 정책 지표로,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의 재량으로 설계되는 지역 맞춤형 정책이다.

2012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뒤 경기도·대구·광주 등으로 확산했다.

충청권에서는 충북을 제외하고 모두 정책을 도입했다.

가장 먼저 충남도는 201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복지보건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8개 분야 72개 지표 기준선을 수립, 10개년 복지정책을 세웠다.

계획에 따라 2023년 정책이 후속 논의 없이 마무리됐지만, 실적 취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간의 최종 결과 보고서 발표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충남도 관계자는 "10년 전 설정된 지표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서인지 과거 실적 취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부 자료는 내부 참고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외부 제공은 부적절한 상태다. 정책 진행 최종 결과가 나올지도 검토해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정책을 도입한 세종시는 ‘사람중심 행복도시’를 비전으로 복지서비스·소득·일자리·주거·건강·교육 등 6개 영역 67개 과제를 정했다.

이후 2019년 복지기준 2.0으로 재정비하며, 비전도 ‘시민주권·포용복지·사람존중’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공공보육 확대, 돌봄서비스 강화, 참여형 복지정책 추진 등 시민 삶의 질 향상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세종시사회서비스원으로부터 받았다.

2022년에는 복지기준을 3.0까지 발전시켰지만, 정치·사회적 환경변화에 따라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이행현황을 점검하지 않는 상태가 됐다.

마지막으로 대전시가 2016년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도시’를 비전으로, 돌봄·소득·주거·건강·교육·지역공동체 등 6개 영역에 걸쳐 56개 과제를 수립,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각 분야 전문가와 연구원, 시민·사회단체 등 130명이 머리를 맞대 설계한 결과였다. 그러나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이 2016년부터 3년간 이행현황을 조사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실제 이행된 과제는 42개(76.4%)에 불과했으며, 이 중 원안 이행 과제는 26개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보고서는 ‘객관적인 이행 점검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2020년에는 운영체계 개선, 과제 재설정, 지표관리 중심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대전시는 제도 보완은커녕 행정적 개선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복지기준선 수립을 위해 들인 예산과 시간이 무색할 만큼 지자체 3곳 모두 단어조차 생소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대전시 관계자는 "타 사업에 밀려 지금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고 말했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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