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은 시민복지기준선]
예산 연동 無·조례 부재로 실효성 없어
지역사회보장계획과 중복되는 부분도
전문가 “일시적 복지정책 의미 없어”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손수레를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어르신이 폐지를 모은 손수레를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세영 기자] 충청권 시민복지기준선이 실효성 없이 정치적 선언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복지기준선이 예산 편성이나 사업계획 수립·성과관리 체계에 연동되지 않고 사문화가 된, 주원인으로 조례 미비와 행정 연속성 단절이 꼽힌다.

29일 본보 취재 결과에 따르면 충청권 지자체 중 복지기준선의 취지를 살려 정책을 이행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 등 타 지자체도 마찬가지로, 유일하게 관련 조례를 제정한 서울시만이 복지기준선의 선행화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렇듯 정책 이행에 있어 제도적 근거가 부족하면 지자체장이 바뀌거나 담당자 인사가 생길 경우 행정 연속성이 끊기기 쉽고 예산 확보가 어려워 실행력도 떨어진다.

실제 세종시는 복지기준선 2.0 실행을 위해 2020년부터 3년간 240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세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에서도 조례 없이 일시적으로 유행하고 사라진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당시 일시적으로 유행했던, 선언적 성격이 강한 정책같다"며 "정책이 법령이나 조례에 근거한 게 아니고 지역사회보장계획 등 기존 부서에서 맡고 있던 정책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별도로 관리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사회보장급여법’에 따라 4년마다 수립·평가가 의무화된 법정계획으로, 국고보조사업과 지방이양사업 중심으로 구성된다.

중앙정부의 정책 프레임 안에서 지방이 할 수 있는 복지를 한정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두 복지정책이 추진하는 사업이 일부 중첩될 수 있지만, 복지기준선은 지방정부가 주도해 시민 삶의 질 기준을 스스로 설정하겠다는 자치분권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대상자 중심’의 복지정책에서 ‘시민 중심’으로 전환하는 지자체 맞춤 복지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

제도적 의미와 잠재력을 지닌 복지기준선이 선언적 수준에 머문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김구 대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기준선은 지역 실정에 맞는 생활기준을 설정하는 도구로, 지자체의 자율성과 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지금처럼 조례도 없고 예산도 연동되지 않는 상태에선 제도가 정치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복지정책은 일시적인 정치 선언으로 끝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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