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정치권에 정치인을 사칭한 노쇼(no-show)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통령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다. 누군가 공정선거를 해칠 목적으로 기획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노쇼 사기는 대전, 천안, 강원도 등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천안갑)은 15일 "최근 천안 일대 식당에서 문진석 의원 비서관을 사칭한 노쇼 사기가 빈발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실례로 지난 13일 자신을 문 의원 비서관이라고 사칭한 사람이 식당을 예약한 뒤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의원님과 장관님 등 20명이 회식을 하려고 한다"며 예약을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의원님께서 원하는 1000만원 상당의 와인 2병을 미리 준비해 달라"며 주문 가능한 와인 업체를 소개했다. 하지만 모두가 거짓 이었다. 확인된 피해 식당만 6곳으로 와인 값을 송금한 식당은 1000만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대전에서는 선거캠프 관계자를 사칭하며 200만원 상당의 후보 명함 30만장을 의뢰한 뒤 잠적을 감춘 노쇼 사건이 발생했다.
춘천과 철원지역에서는 정당 유세단이 체류한다며 객실 여러 개를 예약하고는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심지어 유세용 어깨띠를 허위 주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힘든 소상공인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이보다 반가운 일이 없을 것이다.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고, 명함을 제작하고, 객실을 깨끗이 청소해놓았지만 돌아온 건 노쇼였다. 게다가 와인 값까지 물어낸 업주로서는 울화통이 터질 게다. 매출을 올려도 시원찮은 판에 사기까지 당했으니 그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선거를 악용했다는 점에서 고약하기 짝이 없다.
노쇼 피해는 구제받기기 쉽지 않다. 신고를 해도 수사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 범인을 붙잡아 소송을 벌일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피해를 입기 전에 대처를 철저히 해야 한다. 먼저 노쇼가 의심되는 주문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업주들 간의 정보교환도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