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동안전지킴이집 인근 가보니
위급 상황시 임시보호·경찰 인계 도와
10곳 중 3곳 폐업·4곳 안내판도 없어
안전앱 검색 구분 어려워… 실효성 제기
전문가 “점주 교육·홍보 필요” 목소리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아동안전지킴이집이요? 처음 들어봤어요. 위험하면 그냥 경찰에 바로 전화하지 않을까요?"
1일 오후 3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 인근에서 하교하던 이예빈(13) 양에게 아동안전지킴이집(이하 지킴이집)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고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이 양은 "학원까지 마치고 귀가하는 시간이 보통 밤 10시를 넘기는데, 그때쯤엔 학교 앞 문구점이나 빵집은 다 문을 닫는다"며 "학교에서 따로 알려준 적도 없고,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막상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바로 떠오르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둔산동 일대에서 만난 학생들과 학부모 대부분은 지킴이집의 존재를 모르고 있거나 알고 있어도 곧바로 떠오를 것 같지 않다는 대답을 전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귀가하던 강모(36·여) 씨는 "제도 자체는 알고 있는데 아이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면 지킴이집을 찾아가라고 따로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최근 대전에서도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 있었던 만큼 이런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관리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앞서 2008년 안양 초등생 유괴 살인 사건 이후 도입된 지킴이집 제도는 문구점이나 편의점 등 통학로 인근 아동 접근성이 높은 점포를 지정해 위급한 상황에서 임시 보호와 경찰 인계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시행됐다.
하지만 이날 서구 둔산동과 월평동 일대 지킴이집 10곳을 무작위로 돌아본 결과, 17여 년이 넘도록 시행된 제도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10곳 중 3곳은 이미 수년 전 폐업한 상태였고, 4곳은 지킴이집을 나타내는 스티커나 안내판이 없어 일반 업소와 구분이 어려웠다.
일부 점포는 업주만 지킴이집 지정 사실을 알고 있고 실무 직원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점포 관리뿐 아니라 지킴이집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경찰청 ‘안전 Dream‘ 앱에서도 문제는 드러났다. 휴대전화 화면에 따라 메뉴가 가려져 지킴이집 등 보호시설을 구분해 찾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고, 검색 자체가 되지 않는 오류도 있었다.
GPS를 기반으로 인근 시설을 찾아볼 수는 있었지만, 폐업한 업소가 그대로 표시되거나 길 찾기 기능이 따로 없어 남녀노소가 이용하기엔 불편함이 있어 보였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아동에게 안전한 생활 구역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생긴 제도지만, 교육과 홍보, 운영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이용 대상인 아이들에게는 제도 인지도 자체가 적은 상황.
전문가들은 지킴이집 제도가 실질적인 아동 보호망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점주 대상 교육과 시민 인식 제고, 체계적인 운영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백순규 대전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지킴이집 제도는 현재 경찰 주도로 운영되지만 교육부, 복지부 등 유관 부처와의 협력이 미흡한 상태"라며 "관련 기관이 함께 집중 홍보 기간을 운영하고, 아이들이 지킴이집의 존재와 위치를 인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