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남 산청·경북 의성·울산 울주 둥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의 피해가 엄청나다.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규모만 4만8150㏊라고 한다. 축구장 6만7400개, 여의도 면적(290㏊)의 166배나 된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를 훨씬 뛰어넘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 산불로 사망자 28명을 포함해 65명의 인명피해와 주택 등 시설 3500여 곳이 피해를 입었다. 이재민 3만여 명중 2000여명은 귀가를 하지 못해 체육관 등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소방대원과 이재민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 얼마나 클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SNS에 올라온 소방관의 저녁밥 사진이 가슴을 울린다. 일회용 종이그릇에 담긴 밥과 미역국에 반찬이라곤 김치와 콩 몇 점이 고작이었다. 임시시설에 거주하는 이재민들은 구호당국이 나눠준 텐트 속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식사며 잠자리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 거다. 삶의 터전인 가옥이 전소돼 돌아갈 곳이 없다고 한다. 피해규모가 워낙 커 복구에 얼마나 걸릴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심심한 위로와 함께 성금 등 기부가 절실한 때다. 정부재정만으로는 복구가 어렵다고 한다. 충청투데이가 한국신문협회·한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산불피해 이웃돕기 성금모금에 나선 까닭이다. 우리민족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서로 돕는 미풍양속을 지니고 있다. 기업은 물론 시민들의 성금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하니 위안이 된다. 수억원을 쾌척한 연예인도 눈에 띈다. 실의에 빠진 피해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응원하자.
우리는 지난 2007년 12월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에 의한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1만2547㎘의 원유가 유출돼 일대 해역은 기름 범벅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전국에서 몰려온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조약돌 하나하나를 닦아내 죽음의 바라를 생명의 바다로 되돌려 놓았다. 전 세계가 기적을 일궈냈다고 극찬했다.
이런 기적을 산불피해지역에서 다시 한 번 보여주자. 이제 우리가 갚을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