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
꽃축제를 열어 상춘객을 맞이하려던 일부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늦겨울 추위로 봄꽃 개화가 늦어진 탓에 ‘꽃 없는 꽃축제’를 열게 될까 걱정한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불규칙한 날씨가 우리 일상과 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화 시기의 지연은 차라리 다행일지 모르겠다. 지난 겨울 혹한으로 대만에서는 1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불확실성은 날로 증대되는데 우리의 준비는 너무 미약하지 않은지 우려된다.
충남은 일찍이 ‘탄소중립특별도’를 선언했다. 최근에는 충남의 기관, 단체, 기업들의 ‘RE100’ 확산 노력이 눈에 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참여기업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목표와 달성 계획을 제시한다. 충남도와 도내 시군들도 기업의 친환경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산업단지 조성이나 기업 지원에 있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RE100은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다.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EU의 ‘탄소국경세’ 등 정책 차원의 탄소중립 이행 의무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에 강제성을 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전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분야 싱크탱크인 엠버(EMBER)의 보고서(Global Electricity Review)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은 반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9%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재생에너지의 비용이 많이 들고,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RE100을 추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RE100은 환경과 생존의 측면에서도, 경제적 측면에서도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전문가들도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한다. 지역 특성이 고려되고, 지역이 주도하는 에너지 개발과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주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조정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생산을 활성화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에너지 생산지와 소비지의 격차에서 오는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관,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끝으로 최근 발생한 산불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화마 피해를 본 지역들의 조속한 피해 복구와 회복이 이뤄지길 마음 깊이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