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보강 없는 무책임한 개발로 시민 안전 위협
시민 공사엔 엄격한 법·원칙 적용… 이중잣대 논란
[충청투데이 김의상 기자] 충주시가 마즈막재에 위치한 대몽항쟁 전승기념탑을 새롭게 조성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무시한 난개발을 벌이며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최근 시는 약 8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전승기념탑 주변을 정비한다며 대규모 벌목을 감행했다. 하지만 사업 현장은 불법 임목폐기물 방치와 사면 보강 없는 무책임한 개발로 얼룩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벌목 후 쏟아진 나무들은 아무런 처리 없이 임야 곳곳에 쌓였으며,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현행법상 임목폐기물은 생활계 일반폐기물로 분류돼 방진덮개 등 저감시설을 갖춘 상태로 보관하거나, 자격을 갖춘 전문업체가 파쇄 후 폐기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마치 돈이 없으면 법도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궤변이다.
더 큰 문제는 안전이다. 시는 급경사지에 벌목만 해놓고 축대는 물론 최소한의 사면 보강조차 하지 않았다. 도로 옆 배수로에는 흙과 폐기물이 뒤엉켜 쌓여 있고, 장마철이면 토사가 유출돼 도로를 덮칠 위험이 크다.
시민들은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매일 남산을 등산한다는 한 시민은 “멀쩡한 산을 벌거숭이로 만들고, 공사도 중단한 채 방치해놨다”며 “일에 순서도, 기준도 없이 막무가내로 벌이는 황당한 행정의 실패”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몽항쟁 전승기념탑은 2003년, 고려시대 충주산성에서 몽고군과 싸운 김윤후 장군의 승전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탑 상층에는 전투가 벌어진 해인 1253년이 새겨질 만큼 역사적 의미가 깊지만, 현재 이곳은 무책임한 행정의 상징처럼 전락하고 있다.
더욱 어이없는 건, 조길형 충주시장의 과거 발언이다. 그는 지난해 “시민들이 이 탑의 존재를 잘 모른다”며 시청 인근으로 이전을 검토했다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제는 기념탑을 지키겠다며 나선 사업조차 불법과 부실 투성이다.
한편 충주시의 이중잣대 행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민이 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할 때는 법과 절차를 엄격히 들이대면서, 시가 직접 추진하는 사업에는 법 위반조차 눈감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행정의 신뢰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충주시는 더 이상 ‘그때그때 달라요’식의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시민에게 들이대는 잣대를 스스로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지금 이대로라면 ‘불법은 시청이 하면 합법’이라는 시민들의 조롱을 피할 수 없다.
김의상 기자 udrd88@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