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수자원공사 본사[수자원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수자원공사 본사[수자원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수자원공사가 여직원을 강제추행하거나 신채를 몰래 촬영한 2명의 직원에 대해 파면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에서 할 수 있는 징계법상 가장 높은 수위의 처벌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조치만으로 공공기관 내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번 성추행 사건에 앞서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만 직원 10명의 징계 중 2명이 성범죄로 파면됐다. 강제추행 혐의로 A직원이 파면됐고, 여직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B직원도 퇴출됐다. 이에 앞서 C댐 지사의 한 직원은 4개월 동안 여직원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지난해 3분기 파면됐다. 비슷한 시기에 D댐 지사에서도 차장급 직원이 성추행과 괴롭힘으로 강등 처분을 받았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유사 사건이 재발된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이전부터 성범죄 예방을 위한 감사 기능을 강화하고, 성범죄 전담 조직인 권익센터가지 신설하는 등 성범죄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런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공공기관 내에서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 근본적인 원인 분석부터 잘못됐다고 봐야한다.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피상적인 대책만 내놓는다면 유사 사건은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내 성범죄는 조직 문화와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 특유의 위계적 조직 문화, 신고 이후 피해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이 성범죄를 은폐하거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익명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성범죄를 저지른 자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무관용 원칙의 엄중한 법적 조치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성범죄를 바라보는 공공기관 내부 문화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기응변식의 대책 발표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제도와 강력한 처벌을 천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성범죄로 추락한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소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