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16일 충북 보은에서 40대 여성이 그의 초등생 자녀 2명, 50대 지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과 소방구급대의 신속한 대처로 4명 모두 목숨을 구한 건 천만 다행이나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다. 이날 오후 5시16분께 50대 여성이 극단 선택을 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신고접수와 동시에 수색에 나서 오후 5시28분께 보운군 내북면의 한 공터에서 의심 차량을 발견했다. 신고접수에서 차량발견까지 단 1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찰의 빠른 대처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차 안에서는 극단 선택을 시도한 흔적이 나왔다. 4명 모두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곧이어 소방구급대가 5시31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두 여성이 무슨 일로 극단선택을 시도했는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어린 자녀들을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자녀들이 제2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세심히 신경 써야겠다.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빼앗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자신이 낳은 자녀라고해도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는 정당화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소유물로 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소방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 뒤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이다. 의식을 잃은 4명을 곧바로 이송하려 가능 병원을 문의했지만 모두 33곳으로부터 거부당하고야 말았다.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결국 4명 중 한 사람은 1시간여 만에 청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3명은 3시간이나 넘게 걸려 충남과 경기도의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일산화탄소 중독 시 신속히 치료해야 후유증이 생기지 않는다.
의정갈등 이후 많은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충북 청주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진 30대 여성은 병원 20여 곳을 전전하다 3시간 반 만에 수원시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104건의 환자 재이송이 발생했다. 2023년 51건, 2024년 47건과 비교된다. 올 설 연휴 기간이 길었다고는 해도 환자 재이송이 많은 건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