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운영 축소로 이송 거부 사례 빈번
이송자 무리한 요구·폭언에 피로도 가중
환자 상태 고려해 병원 선정… 존중 필요

한 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뒤 통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뒤 통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1. 119구급대는 지난해 7월 4일 대전 서구 관저동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A씨가 의식 저하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A씨의 아들은 구급대원에게 집 근처 가까운 병원으로 A씨를 이송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해당 병원에는 담당과 의료진이 부재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A씨를 이송했다. A씨의 아들은 구급대와 병원 간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며 항의했다.

#2. 지난달 6일 대덕구 법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B씨는 낙상사고를 입고 119에 신고를 했다. B씨는 구급대원에게 평소 자주 가던 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는데 해당 병원은 전공의 파업 사태로 인한 진료불가 상태였다. 구급대원은 B씨를 곧장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B씨는 자주 가던 병원으로 왜 가지 않냐며 구급대원에게 고함을 쳤다.

 

정부의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119구급대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역 대학병원 등의 응급실 운영이 축소되면서 병원의 이송 거부 사례가 빈번해진 가운데 이송자들의 무리한 요구까지 더해지면서다.

앞서 소방청은 지난해 말 무분별한 비응급신고 자제, 구급대원의 병원 선정 존중 등을 독려하기 위한 ‘올바른 119구급차 이용 문화 확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폭언 근절을 위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것이다.

119구급대원은 응급환자 이송시 병원 전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체계(Pre-KTAS)에 따라 이송 병원을 선정하고 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응급환자에 대한 초기 평가 후 주증상에 맞춰 레벨 1~5단계로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시스템이다.

또 119구조·구급법상 이송병원 선정 지침에 따라 치료가 가능한 가장 가까운 병원 이송을 원칙으로 하되 희귀질환자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환자·보호자가 원하는 특정 병원 혹은 환자 진료 기록이 있는 원거리 병원으로는 이송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응급이송 과정에서 구급대원에 대한 무리한 요구와 폭언 등이 숱하게 일어나는 실정이다.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구급대원은 “가끔 이송시 택시에 탄 것처럼 특정 병원에 가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진이 빠진다”며 “구급대원 모두 신속한 이송, 처치를 위해 노력하는데 그런 요구를 안 들어주면 병원과 ‘커미션’이 있냐며 따지는 일도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의정갈등 장기화로 이송 병원 선정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예전에 비해 관외 이송이 잦아져 구급대원의 부담은 배가 되고 있다.

대전소방은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송 병원을 선정하고 있다며 구급대원의 의사결정을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환자의 중증도 및 병상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급대원의 판단 하에 이송병원을 선정하고 있다”며 “병원 전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체계에 따라 병원을 선정하고 있으니 비응급환자는 응급차 사용을 자제하는 한편 모든 환자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위해 구급대원의 병원 선정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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