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년농 3만명 육성한다더니
예산 부족에 정책자금 지원 중단
충청권 피해 청년농 500명 육박
자금난에 농업 포기·일용직 연명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 충남 당진에서 식물공장 형태의 수직농장을 계획했던 이 모 씨는 지난해 청년창업농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농업의 꿈을 품고 450평 규모의 토지를 매입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정부의 정책 자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며 시설 설치 자금을 지원받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토지 대출 이자를 내야 해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지원을 받으려면 ‘청년농업인 사업체 폐업 직장 퇴직 예정 서약서’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해 지난해 말 다니던 직장까지 퇴사했다. 그는 “정책을 믿고 퇴사를 감행하며 농업에 뛰어든 건데, 생계도 미래도 불확실해져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청년후계농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됐지만 농업 기반 조성에 필요한 정책자금을 지원받지 못한 이들이 충청권에서만 5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의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지원 사업에 선정돼 올해 상반기 육성 정책자금을 신청한 청년농은 충청권에서 모두 647명이다.
하지만 이중 실제로 정책자금을 배정받은 청년농은 165명으로 전체의 25.5%에 불과하다.
이는 4명 중 1명만 정책 수혜를 본 것이다.
특히 충남에서만 454명이 상반기 정책자금을 신청했지만 123명(27.1%)만 배정됐으며, 충북도 177명 중 35명(19.7%)뿐이었다.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은 농식품부가 청년농(40세 미만)과 후계농(50세 미만·영농 경력 10년 미만)에 세대당 최대 5억원의 창업·경영개선자금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출금리는 연 1.5%에 5년 거치, 20년 원금 균등분할 상환 방식이다. 정부는 2023년과 지난해 관련 예산 각각 8000억원, 올해 6000억원을 세웠다.
예산 규모가 줄었는데 지원 대상은 오히려 정책 시행 초기 몇백명에서 지난해 수천명대로 늘며 예산 부족 문제가 속출했다는 것이 지역 청년농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공약한 청년농업인 3만명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선정부터 하고, 실제 지원은 나 몰라라 하며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기존 선정자들의 피해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정부는 올해 신규 청년창업농을 계속 모집하고 있어 피해를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청년창업농에 선발된 뒤 신규 창업을 준비한 충청권 청년들은 자금난에 농업을 포기하거나 일용직 등으로 연명하는 상황에 까지 내몰리고 있다.
충북 청년창업농 선정자 박 모 씨는 “서울의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했는데, 대출이 막히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졌다”며 “청년농업인 숫자 늘리기에만 집착해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올해 신규 신청자를 모집하고 있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