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연구단 ‘루팅거 액체 이론’ 최초 실험 증명
대규모 양자소자 기술개발 새로운 가능성 기대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1 정도의 폭을 가진 1차원 양자 금속을 구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 안에서 강한 전자 상호작용으로 유발되는 독특한 전자 수송 현상도 확인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조문호 반데르발스 양자물질연구단장(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과 박홍근 하버드대학 교수 공동 연구팀은 60년 전 제시된 ‘루팅거 액체 이론(Luttinger liquid theory)’을 최초로 실험 증명했다고 4일 밝혔다.
3차원이나 2차원 공간의 자유 전자들과는 달리 1차원 공간에 속박된 전자들은 인접해 서로에게 강한 상호작용을 유발한다. 전자들의 이러한 거동은 루팅거 액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실체적 물질이 부재한 탓에 오랜 시간 동안 관련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IBS 연구팀은 이황화몰리브덴(MoS2)의 독특한 구조를 활용해 1차원 금속 구현에 성공했다. 이 화합물은 얇은 층이 겹겹이 쌓이는 구조를 가지며, 두 결정이 만나 형성되는 경계(결정립계)는 폭이 0.4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금속성을 나타내는 결정립계인 거울 쌍정 경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파이어 기판 위에 이황화몰리브덴을 성장시켜 의도적으로 MoS2 거울 쌍정 경계를 수십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길이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어 이 경계가 전자를 수송하는 소자를 제작해 극저온에서부터 실온까지 루팅거 액체 이론을 따르는 안정적인 1차원 전자계임을 확인했다. 이는 대규모 양자 소자 기술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경계 내의 점결함이 전자 수송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점결함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마치 교통체증이 발생하듯 전자의 이동 속도가 줄어들고 전자 간 상호작용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전자 수송 현상이 전자 간 상호작용 세기와 반비례하는 것이다.
조문호 연구단장은 “이는 1차원 양자 전자 시스템 기반의 광범위한 학술 연구와 응용을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성과다. 차세대 양자 소자와 전자기술 개발로 이어질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달 27일 게재됐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