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최근 구글의 윌로우(Willow) 프로젝트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연구로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기존 디지털 컴퓨팅 환경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형성한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전통적인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산을 수행하며, 기존 사이버보안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양자컴퓨터 시대를 대비한 보안 연구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중첩성과 얽힘과 같은 양자역학적 원리를 활용해 기존 컴퓨터로는 처리할 수 없는 복잡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존 보안 체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현재의 공개키 암호 체계(RSA, ECC)는 큰 소수를 소인수분해나 이산 로그 문제 해결이 어려운 수학적 원리에 기반하지만, 쇼어 알고리즘(Shor’s Algorithm)은 이를 빠르게 해결해 HTTPS, 디지털 서명, 인증서 기반 인증 등 현대 인터넷 보안을 무력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양자보안 시장은 양자컴퓨터 기술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의 보안기술은 양자내성암호(PQC), 양자키분배(QKD), 양자난수생성기(QRNG)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상용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국가 핵심 인프라 보호와 국민 데이터 보안을 위한 더욱 정교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의 보안 기술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자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새로운 보안 기술의 개발이 요구된다.

양자컴퓨터가 제공하는 연산 능력은 보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 필자와 연구진은 양자컴퓨터를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대응하는 양자내성암호, 제한적으로 양자특성을 활용하는 양자키분배 및 양자난수생성기를 넘어 양자컴퓨터의 중첩성과 복제 불가능성(No-Cloning Theorem)을 활용한 새로운 보안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정보 보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양자특성을 활용한 보안기술의 발전은 1970~1980년대 디지털 암호 기술의 기반이 확립되던 시기와 유사하다. 이 시기에는 안전한 온라인 거래를 가능하게 한 새로운 암호 기술이 개발됐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보안의 기초가 마련됐다. 지금이야말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선행적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통해 양자 사이버보안 시대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미래 데이터 보안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의 위협을 극복하는 동시에 그 특성을 활용한 혁신적 보안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다가오는 양자컴퓨터 시대는 사이버보안의 개념 자체를 더욱 변화시킬 것이다. 이는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 보호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양자컴퓨터를 단순한 위협 요소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를 동반자로 삼아 안전한 미래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와 함께 차세대 보안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더욱 커져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만들어가는 최첨단 보안기술이 미래 안전한 디지털 사회의 핵심 기반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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