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814명↓… 전국 과기원 4곳 모두 감소
수시에선 지원자 늘었지만 의대보다 증가율 낮아
의대 정원 증원에 과학기술 인재 요람 인기 시들

전국 과학기술원과 의과대학의 정시 지원자 비교.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전국 의과대학 정원 1509명 증원의 영향으로 국가 과학기술 인재 양성 요람인 KAIST의 정시 지원자가 무려 4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KAIST의 2025학년도 정시 지원인원은 1333명으로 전학년도(2147명)보다 814명(37.9%) 감소했다.

같은기간 모집인원(20명→15명)이 5명 줄었는데 지원자는 이보다 160배 많이 빠지면서, 경쟁률이 107.35대1에서 88.87대1로 크게 하락했다.

과학기술원의 정시 경쟁률 하락은 전국 현상으로 △UNIST(울산) 2024학년도 112대1→2025학년도 86.2대1 △DGIST(대구) 97.47대1→75.33대1 △GIST(광주) 96.93대1→72.53대1 등이다.

전국 과기원 4곳의 2025학년도 정시 지원자는 총 4844명으로 전학년도(6743명)보다 1899명(28.2%) 감소했다.

UNIST, DGIST, GIST는 지원자 감소율이 20%대를 기록했는데, 대표 기관인 KAIST만 37.9%로 매우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과기원은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대학이다.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로, 수시 6회와 정시 3회라는 일반대 원서접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번 2025학년도 대입에서 KAIST를 포함한 전국 4개 과기원 모두 정시 지원자가 급감한 이유는 정부 차원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3058명이던 전국 의대 모집정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했고, 같은해 5월 이보다 1509명 늘린 4567명으로 2025학년도 정원을 확정했다.

3058명으로 고정됐던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의대 진학의 기회가 대폭 확대되자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의대 입시 쏠림이 심화했고, 이 영향으로 과기원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다.

실제 과기원 4곳의 2025학년도 정시 지원자가 전학년도보다 감소한 반면, 전국 39개 의대 정시 지원자는 같은기간 8098명에서 10519명으로 29.9%(2421명) 증가했다.

또 먼저 진행된 수시를 봐도 과기원과 의대 모두 2025학년도 지원자가 전학년도보다 많기는 했지만, 그 증가율에선 의대가 약 14%p를 앞섰다.

과기원 4곳의 수시 지원자는 2025학년도 2만 1029명으로 1만 8630명이던 2024학년도보다 12.88%(2399명) 늘었다.

하지만 이는 1만 5159명이 더 몰려 26.5%의 증가율을 기록한 의대 39곳(2024학년도 5만 7192명 지원→2025학년도 7만 2351명)보단 확대 규모가 적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기원은 정시 원서 3회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데도 지원자가 감소한 것”이라며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의대 선호, 과학 기피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의대, 약대, 서울대 등 이공계 최상위권 대학 중복합격에 따른 이동으로 과기원의 정시 추가합격, 합격점수 하락도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한국과학기술원(KAIST)[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KA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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