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길이 청주 2744·무안 2800m
주변 조류서식지… 충돌 가능성 상존
방위각 시설 모두 콘크리트 구조물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지목되고 짧은 활주로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청주국제공항의 주변 환경과 시설이 무안국제공항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자료 등을 보면 무안공항은 길이 2800m에 폭 45m의 활주로 1본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당시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활주로 중간지점부터 동체 착륙을 시작해 공항 외벽에 충돌했다.
청주공항의 활주로는 2744m 길이에 폭 60m와 45m 등 2본이다.
이 가운데 1본은 공군 전용이고 나머지 1본을 공군과 민간항공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현재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도 사고 항공기의 운항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근접한 무안공항에서 인근에서 조류와 충돌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청주공항 2㎞ 반경에 미호강과 함께 400만㎡(121만평) 가량의 경작지가 위치해 있어 이곳에도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조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청주 흥덕)이 한국공항공사에서 받은 ‘공항별 공항 내 항공기 조류 충돌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청주공항에서 30건의 조류 충돌이 있었다.
연도별로는 2019년 4건, 2020년 0건, 2021년 6건, 2022년 8건, 지난해 11건 등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1월 대만 타이완 타오위안국제공항으로 가려던 이타스항공 여객기가 이륙 도중 조류 충돌로 회항한 것을 시작으로 8월까지 3건이 발생했다.
시속 370㎞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 무게의 청둥오리 한 마리가 부딪힐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에 달할 정도여서 조류 충돌은 항공기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청주공항도 무안공항과 마찬가지로 항공기의 활주로 유도를 위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시설이 피해 규모를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 것과 관련, "청주공항과 여수공항 등 다른 공항에도 유사한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라면서 "방위각 시설은 설치 규정이 있으며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주공항에서도 하마터면 대형 사고가 일어날 뻔한 적이 있다.
2015년 5월 28일 오후 3시 50분경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중국 광저우를 출발해 활주로에 착륙해 감속하던 중에 앞서 착륙한 공군 전투기가 있었다. 당시 활주로에는 안개가 낀 상태였다.
이듬해인 2016년 3월 18일 오후 10시 12분경에는 중국 다롄으로 출발하는 중국남방항공 여객기와 제주에서 출발해 착륙 중이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겨우 충돌을 면했다.
대한항공 여객기 기장이 활주로로 진입하는 중국남방항공 여객기를 보고 활주로 중심선 왼쪽으로 피해 사고를 모면한 것이다.
한편 국내 공항별 조류퇴치 근무인원은 김포가 23명으로 가장 많고, 제주와 김해가 각각 20명, 16명으로 뒤를 따랐다.
이밖에 청주와 대구는 각각 8명, 사고가 난 무안과 광주, 울산, 여수 등 4곳은 4명, 양양 3명, 사천과 포항경주, 원주 등 3곳은 2명 등이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