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소비위축·금리상승 도미노 현상 우려… “파장 차단 지원책 필요”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고환율은 일부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금리 상승, 투자와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득보다 실이 많다.
기업들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환율 방어와 금융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오후 3시30분) 1451.9원보다 1.9원 내린 1450.0원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여만이다.
환율은 4년전인 2020년 12월 19일만 해도 달러당 1098.9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몇년간 상승세를 지속했다. 올해 들어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달러화 강세가 더욱 두드러지다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여부 등 국내 정세 불안정이 원화 가치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기업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근 지역 기업들의 송년회에서는 ‘살아남자’라는 취지의 건배사가 유행할 정도다.
박세범 한국무역협회 충북본부장은 "일부 수출 여건이 좋아질 수는 있지만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한다고 수출 물량이 갑자기 늘어난다거나 하진 않는다"면서 "오히려 원자재 수입 상승 부담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은 GR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할 정도로 높다. 원자재나 식재료 등을 수입한 후 이걸 가공해서 수출하거나 국내시장에 판매하는 구조다.
최상천 청주상의 본부장은 "기업들이 지금 영업이익률이 5%도 안 돼 고금리 상황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들이 태반이다. 1300원에 가져오던 걸 1450원에 가져오면 원자재 가격이 10% 올라가는 건데 이건 기업들 입장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환율은 단지 기업들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된다.
충북의 식품산업은 전국 2위 규모다. 곡물, 육류 등 식품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대부분 수입한다. 원재료 구입 부담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 상승을 일으킨다.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가 더 얼어붙고 기업들의 경영이 더 악화되는 연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해 오는 의류나 생활용품 등 완제품 수입가도 영향을 받는다.
물가가 오르면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를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채산성이 악화돼 현금흐름이 막힌 기업들이 고금리 부담 속에 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최상천 본부장은 "일단 환율 방어가 최우선"이라며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움직여줘야 불확실성이 없는데 현재 수출입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잡기가 굉장히 어렵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부터 시작해서 재정 확대, 기업 금융지원 대책까지 종합적으로 내놓고 금융기관들도 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