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봉 국회의원 당시 상황 전해
혼자 이동하다 체포될까 두려워
수행비서와 함께 국회로 차 몰아
12월 4일 0시30분 정족수 채워
오전 1시 1분 해제 요구안 가결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 회상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우리의 평온한 일상이 무너진 날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국회의원(청주 청원구)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송 의원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그날 밤 두렵고 긴박했던 상황을 시간대 별로 설명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날 저녁 가깝게 지내던 동료 의원들과 국회내 의정관 7층에서 만찬을 하면서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 후 밤 9시경 국회 근처에 있는 숙소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이날 밤의 평온한 일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일상이 무너진 것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진동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다급히 휴대전화를 여는 순간 ‘비상계엄’이라는 4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송 의원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여러 계정을 확인했다. 의원소통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는 반복해서 계엄선포가 게시됐고, 빨리 국회로 모이자는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다.
송 의원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게 실제상황이라니, 떨리는 손으로 주섬주섬 옷을 다시 갈아입고 수행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서 즉시 집으로 와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며 "늦은 시간이지만 혼자 이동하다 체포되면 아무도 모르게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수행비서와 함께 급히 국회로 차를 몰았다. 그날 밤 오후 11시 경 국회 출입문에 도착했는데 이미 경찰버스와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아직 경찰이 배치되지 않은 국회 담장 쪽을 넘어 본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11시 5분 전후였다. 본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본회의장에 들어간 송 의원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장은 너무도 긴박하고 혼란의 도가니였다. 헌법상 국회는 비상계엄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야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비상연락을 받고 야당 국회의원들이 속속 국회로 집결하고 있었지만 의결정족수 150명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송 의원은 "등원을 독려하기 위해 각 상임위별로 비상연락망을 가동했다"며 "12월 4일 0시 30분을 전후해서 의결정족수가 채워졌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표결도 못하고 끌려 나갈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송 의원은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들이 (계엄군의) 본회의장 진입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노력과 수천명의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달려와서 계엄군의 진입을 저지하고 함께 싸워준 덕분에 12월 4일 1시 1분 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190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가결됐다"며 "비상계엄 선포 155분 만이었다. 참으로 감격스런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