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의무 도입’ 밀어붙이기… 정치권 “교육현장 반대 목소리 높아”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탄핵의 격랑 속에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의 본격적인 출범 여부도 안개에 휩싸이고 있다. AIDT 사용을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바꾸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어 내년 도입을 준비하는 교육현장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AIDT 관련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 주도로 발의된 이 법안은 교육위, 법사위를 순조롭게 넘었고 오는 30일 열리는 본회의에서도 별다른 제동 없이 개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불투명하다.
개정안은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정의한다. 각 학교가 의무적으로 도입할 필요는 없고 학교장 재량에 따라 참고자료로 사용하게 된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도록 하고 대통령이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하지 않으면 법률로서 확정된다. 이번 개정안은 부칙에 따라 공포 즉시 시행토록 돼 있어 내년 1월 중순 법률이 발효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창 AIDT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학교 현장에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달 선정 교직원 연수, 검정·인정 도서 전시, 교과별 선정위원회 협의 등을 진행하고 다음달 중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도서 확정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첨예한 시기에 법안이 바뀌면서 행정의 연속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그동안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 점을 고려해 개정안의 시행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현옥 충북도교육청 융합인재팀장은 "현재로썬 법률과 상급기관(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AIDT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며 "행정절차를 안내하는 등 일선 학교들과 소통하며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본회의 전까지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국회를 설득할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다.
정부와 국회는 여론전에 나선 양상이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시연 보고 나서 만족도 상승’이라는 참고자료를 발표하며 AIDT의 효능을 부각시켰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AI디지털교과서 관련 학부모, 교원 인식 설문 분석 결과, 교육현장과 교육주체들의 의견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부적절한 것으로 이미 판명났다. 아이들의 진정 어린 교육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더 큰 함몰비용 더 생기기 전에 멈춰서길 마지막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지난 10~15일 학부모 7만 4243명, 교원 2만 7583명 등 10만 6448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설문에서 ‘도입 반대’ 응답은 86.6%에 달했다.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