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 고위간부 중 첫 공개비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배대희 충남경찰청장이 현직 경찰 고위간부 중 처음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공개 비판했다.
경찰은 정치적 중립이 중요하지만 위헌·위법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오히려 중립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배 청장은 6일 오전 9시 40분경 경찰 내부망 온라인게시판에 ‘초유의 비상계엄상태, 우리 경찰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비상계엄이 발령됐던 지난 3일 퇴근 후 일찍 잠이 들었다가 비상계엄이 발령됐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북에서 사고쳤나”라며 놀랐다가 “다음 느낌은 ‘황당’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뉴스를 검색해 보니 국회에 의한 관료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행정부 마비, 이게 비상계엄 선포 사유가 되나”라고 생각했다”며 “다음 느낌은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관료 탄핵과 예산 삭감은 권력분립을 위해 헌법 내재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수단들이고, 설령 탄핵과 예산삭감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군대를 동원한 무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는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위헌·위법에 대해서 중립성을 이유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오히려 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위헌·위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법치주의적 관점에서도, 경찰의 중립성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5년 만에 발령된 비상계엄, 저도 당시 어렸기에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갔고, 대부분의 경찰관들 그리고 지휘부들도 처음 겪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비상계엄에 대응했던 우리 태도와 상황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경찰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경북 의성 출신인 배 청장은 대구 심인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제4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5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