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보존 힘든 석유화학분야 여파 커
공장 건설 중단·기초화학 가동률 축소
철강산업 위축… 대기업 2곳 가동 줄여
무역 불확실성 대두… 낙관전망 어려워
[충청투데이 조선교·신동길 기자]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인한 여파가 충청권 핵심 산업을 비롯해 광공업과 제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재고를 오랜기간 쌓아둘 수 없는 석유화학 분야에서 먼저 여파가 뚜렷하게 드러난 데 이어 철강산업으로 영향이 이어지고 있으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역 산업 전반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경제계 등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충남 대산산단 내 스티렌모노머 공장을 철거한 데 이어 같은해 착공한 탄소나노튜브(CNT) 4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또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분야 전 품목의 가동률을 낮췄고, 이외 산단 내 석유화학 기업 일부는 정유 등 분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대전에선 지난해 4분기 중 효성화학이 대덕산단의 석유화학 공장을 폐쇄했으며 아직까지 해당 공장 부지의 활용 방안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충남 서북부를 중심으로 한 철강산업도 위축된 상태다. 대기업 최소 2곳이 가동을 축소, 한 곳은 야간조만 운영 중이며 한 곳은 근로시간을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이나 조선업이 위축되면서 타격을 입은 부분도 있다”며 “다만 중국에서 넘어오는 물량이 바다를 건너온 물류비를 합쳐도 싸게 들어오니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업체가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를 쌓으며 버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중국은 대규모 설비 갱신 정책을 내세우며 제조업 설비 투자를 추진했고 철강, 석유화학, 기계, 건자재 등 11개 중점산업 생산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업계의 시각은 분분하다.
철강 업계에서는 2018년,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이미 2018~2022년부터 중국발 과잉 공급 영향에 직면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미 이전부터 중국 내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밀어내기식’ 수출이 이뤄졌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또 이러한 여파가 석유화학 분야에서 먼저 불거진 것은 재고 유지 기간과 얽힌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은 여타 제조업과 달리 재고를 쌓아둘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며 “공장 가동을 강제로 멈출 수 없다는 뜻인데, 스티렌모노머 등이 대표적이고 대부분 제품을 손해를 보며 팔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제품 가격 전반이 하락하더라도 적자를 감수하며 주기적으로 재고를 소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지역 산업 전반의 재고 물량이 자칫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재고 규모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충청권 내 광업과 제조업 재고지수(통계청)는 최근 1년 새 역대 최대치를 갱신한 바 있으며 2020년을 기준으로 올 3분기 충남지역 재고 지수는 74% 이상, 대전과 세종은 각각 42%, 55% 이상 증가했고 충북은 22% 오른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러한 재고 물량 확대 추세가 국내 경기 영향도 크지만 중국발 과잉 공급, 저가 공세와 무관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산업 전반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업체들도 자구책을 만들어가고 있고, 아직까지 중국발 공급에 영향을 받는 품목도 한정적”이라며 “다만 앞으로의 무역시장에서 불확실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순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신동길 수습기자 mission@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