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가보니
키오스크 화려한 디자인·문구 표기
신분증·카드 명의 달라도 결제 가능
온라인 판매도 구매자 나이확인 불가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전자담배 판매점의 자동화된 무인 판매기가 청소년들에게 규제의 빈틈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소년 유해 물건으로 지정된 전자담배는 엄연히 미성년자에게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전자담배 판매점은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18일 대전 서구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을 방문했다.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 유해 물건을 판매하는 점포인데도 불구하고 ‘미성년자 출입 금지’ 같은 문구는 입구에서 찾아볼 수 없었으며, 누구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했다.
매장 내부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는 일회용 전자담배나 액상 등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 일반 담배와 달리 화려한 디자인과 문구들이 표기돼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실제 구매를 시도해 봤다. 여러 가지 전자담배 중 하나를 선택해 구매 버튼을 누르자 키오스크는 신분증 스캔을 요구했다. 신분증 스캔부터 카드 결제까지 단 몇 분 만에 이뤄졌다.
무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성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제시한 신분증과 결제 카드 명의가 달랐음에도 결제가 진행되는 등 실제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전무했다. 성인 신분증만 있으면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신분증 도용을 통한 구매도 우려되는 대목이었다. 특히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도 구매가 가능한 상품이 있었다.
혹여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이지 않을까 싶어 구매해 봤지만, ‘합성니코틴’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가 배출구로 나왔다. 명확하게 ‘미성년자 구매 불가’ 상품이었다. 이는 온라인 판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는데, 포털사이트 자체 성인 인증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구매자의 실제 나이를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했다.
이날 판매점 근처에서 만난 김모(19) 양은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학교 근처에서 판매점을 보며 호기심이 들곤 했었다"며 "신분증만 있어도 살 수 있는 시스템이면 전자담배를 피우는 친구들에게는 되게 유혹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담배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처음 사용한 담배 제품 중 액상형 전자담배는 32%로 조사됐다.
대전 지역에서도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경험률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전자담배의 명확한 법제화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은 "액상형 전자담배도 중독성을 갖고 있는 만큼 국가 관리와 규제를 필요하고 또 따라야 한다"며 "규제 받는 걸 좋아하는 사업자 없지만,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시장이 더 혼탁해질 것이라는 협회원들의 우려가 크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