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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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전국시대 말엽, 여불위(呂不韋)라는 거상이 조(趙)나라의 도읍에 갔다가 진(秦)나라 태자의 서자 자초(子楚)가 볼모로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여불위는 ‘진기한 보물을 발견했다. 훗날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奇貨可居)’라고 생각한다.

그 후 자신의 재력과 언변을 이용해 결국 자초를 장양왕(莊襄王)에 오르게 하는데, 장양왕의 아들 정(政)이 중국을 통일한 최초의 황제 진시황이다. 바로, ‘기화가거(奇貨可居)’의 유래이다. 여불위는 볼모로 잡혀 있는 자초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했고, 결국 진나라의 재상이 된다.

여불위는 눈앞의 상황만 보지 않고 미래가치에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이었다.

장기화 된 경기침체와 세계적 감염병 등으로 인해 주식, 금, 외화, 부동산 등과 같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문화, 예술, 스포츠 등과 같이 비재화적 부분은 어떨까?

최근 지역 체육계도 검도부 창단이 무산되며 해체위기에 처했으며,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종목도 비인기 종목은 큰 후원을 바라지 못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부족한 것은 체육계 뿐만이 아니다. 문화예술계 역시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예술인이나 지역 예술단체에는 후원이나 투자가 드물다.

예술에 대한 가치 평가는 과거부터 그랬다. 빈센트 반 고흐, 고갱, 엘그레코도 생전에는 후원자를 찾지 못했고 헐값에 그림을 팔며 힘든 삶을 살았다. 특히 담뱃값만 받고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던 이중섭이나, 살아생전 한 점의 작품밖에 팔지 못한 고흐, 음식값으로 그림을 그려줬다가 욕설과 함께 거리에 던져진 모딜리아니는 미래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모딜리아니의 그림 가격은 그가 사망한지 15년도 되지 않아 1000배가 넘게 올랐다. 물론 예술작품을 값으로만 따져 가치를 판단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은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일류문화도시 완성을 꿈꾸는 대전은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해 생활문화예술활동 지원, 청년예술인 발굴 및 지원, 성장 가능성이 큰 단체를 집중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 오후, 지역 곳곳의 거리를 들썩들썩이는 지역 예술단체들의 버스킹 공연과 각종 공연장에서 운영되는 풍성한 볼거리들 또한 다양하다.

원도심 소극장이나 갤러리,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대전예술의 전당, 대전예술가의 집 누리홀에서도 여러 공연과 전시가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관람료에 비해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작품들이 많다.

대전문화재단은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역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까지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청년작가를 위한 유통 지원사업인 대전유스아트페어를 개최했다. 또한 재단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원을 받은 많은 예술인들이 11~12월에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를 개최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지역 예술인을 위해 여불위와 같은 투자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예술인들의 공연을 보고, 예술인들의 작품을 구입하며 지역문화예술을 위한 투자를 해보자.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 훗날 엄청난 값어치를 하는 명작으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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