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는 결혼과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7.5%)가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다. 또 10명 중 7명은 결혼하지 않아도 동거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37.2%로 2년 전보다 2.5%p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결혼과 가정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 변화의 기저에는 젊은 세대들에게 녹록치 않은 사회 활동과 결혼 자금 부족, 자년 양육비 부담 등 현실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이 가장 많이 꼽혔고, 자녀 교육비 부담 역시 부모 세대의 주요 고민이었다. 사랑만으로 결혼이 가능하다는 믿음은 젊은 세대들에게 희박해 보인다. 이제 결혼은 필수가 아닌, 경제적 조건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연령대별로 결혼 필요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10대는 33.7%에 불과했다. 20대는 39.7%, 30대는 43.9% 등 연령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반면 60세 이상은 72.3%에 이른다. 특히 미혼 여성의 경우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26.0%에 그치는 등 결혼에 대한 여성들의 입장은 더욱 신중했다. 미래 세대와 여성의 이런 생각들이 미래 대한민국의 모습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전개되는 전통적인 ‘가정’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결혼뿐만 아니라 동거, 비혼 출산, 1인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를 높여야 한다. 또 법과 제도의 변화를 통해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의 인식과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족 형태에 맞는 제도적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