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 대덕구의회가 개원 후 석 달이 넘도록 원구성을 하지 못해 비난이 거세다. 의장은 가까스로 선출했지만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뽑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민은 물론 구청장의 간절한 호소에도 아랑곳 않는다. 시민단체는 대덕구의회를 일컬어 식물의회라고 힐난한다. 작금의 상황을 돌아보면 이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의원들 간의 감투싸움이 근본 원인이라지만 도가 지나치다. 이래서야 당면 현안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덕구의회는 지난 29일 임시회를 열고 부의장 선거에 나섰으나 단독 출마한 양영자 의원이 과반수 득표에 실패하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이날 투표에 전체 의원 8명이 참석해 양 의원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였다. 1·2차 투표 모두 찬성 4표, 반대 4표 동률로 부의장 선출은 수포로 돌아갔다. 부의장 선출 무산으로 상임위원장 선출도 지연되고 있다. 대덕구의회는 국민의힘 소속의원 4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2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장 선거의 판박이다. 앞선 후반기 의장선거 때도 연거푸 4대4가 나오면서 4차례 만에 겨우 의장을 선출한 바 있다. 오죽하면 최충규 구청장이 의회운영의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겠는가. 최 구청장은 ‘대덕구의회 운영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통해 "후반기 원구성이 계속해서 무산돼 우리 구민의 걱정이 분노로 치닫는 위중한 상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세비를 반납하고 전원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구성 지연으로 대덕구 구정이 난맥상에 빠졌다. 행정사무 감사와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주요사업의 지체가 우려된다고 한다. 구정 신뢰는 떨어지고, 그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게 뻔하다. 대덕구의회 홈페이지 전면에는 ‘현장중심의 의회, 실천하는 의회’라는 표어가 가장 먼저 눈에 확 들어온다. 지금 대덕구의회는 이 표어와 거리가 한 참 멀다. 더 늦기 전에 의원들은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의정활동을 펼쳐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