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환 문의구룡예술촌장

11월을 목전에 두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고 무언가 쓸쓸함이 보이는 계절로 모두가 센티해진다고 한다. 가을의 수식어는 무수히 많다. 여행, 고독, 사랑, 비애, 수확, 독서, 사색 등 저마다 가진 감성에서 나타낸 단어적 느낌의 나열이다. 이 시기는 문학인들이 바빠지는 계절로 책 한 권쯤은 발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각종 지원에 대한 보고 성과와 함께 책을 내지 않으면 헛헛한 한 해를 살아온 것 같은 허전함에 있다.

12월 전의 11월은 계절적 느낌과 자연이 갖추는 차림으로 쓸쓸함이 을씨년스럽다고 표현한다. 가을과 겨울을 잇는 징검다리 달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는 법이다. 10개월 삶의 과정에서 얻고 지나친 것들의 정리와 남은 달의 마무리에 대한 정립으로 나를 찾는 달이기고 하다. 1월의 계획에서 어디쯤 와 있는지 점검과 함께 한 번 쯤은 휴식과 함께 가을을 맞으라 권하고 싶다.

모든 것은 자연과 함께하며 그에 맞는 순응을 찾고 지키는 일이다. 여름의 푸르렀던 시절에서 가을의 단풍으로 절정을 이룬 후 미련 없이 떨켜 세포를 내세워 생존의 마감으로 한 해를 정리한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정신적 풍성함은 곧 인생의 의미를 되살려 한해를 더욱 값지고 보람있게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마다 가을을 지나 한 해를 마감하고 또 내년의 11월이 올 때 쯤이면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는 일도 나의 성장이다.

오래전에 외국 생활에서 고향을 방문하는 11월의 어느날을 기억한다. 청주의 명물 플라타너스 숲길을 버스를 타고 오면서 날리는 낙엽과 논밭의 풍경을 보게 되었다. 영화 만추가 생각나고 청춘의 시절에 누렸던 가을 속 화양연화의 기억과 만나게 되는 순간이었다. 청주의 익숙한 모습과는 또 다른 나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무언가 잊은 듯한 과제가 떠올랐다.

예전에는 해마다 11월 가을이 되면 많지 않은 몇몇 분들에게 편지를 띄우곤 하였다. 비록 편한 세상 컴퓨터를 이용한 편지글일지라도 모두가 감사와 함께 소식을 전하였다. 우표를 붙이지 않은 편지이지만 형식을 갖춘 편지글이 주는 감성적 의미는 더할 수가 없다.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와 함께 밤에 쓰는 편지는 별스런 감성으로 치닫기도 하여 새로움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비 온 뒤 아침의 싸늘하고 생쾌한 바람과 11월의 아침햇살을 받는 것처럼 개운하다.

이처럼 나를 찾아 정리하고 마감하는 시간과 내 주위의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는 일련의 행사에 마음마저 넉넉해지는 11월이다. 어쩌면 가볍고 신선하게 온기를 줄 수 있는 글귀와 충만함을 서로 느낄 수 있는 멘트 하나쯤 전해주는 계절의 우리들이다. 작은 체념과 충만의 여유를 누리며 또 이렇게 지나가는 징검달의 의미를 서로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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