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국회의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한국의 첫 노벨문학상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수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소식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 이후 한강 작가의 작품이 엿새만에 10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베스트셀러는 한강 작가의 책으로 도배되었다. 특히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광주 5.18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등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한강 작가의 책이 품귀 현상을 겪으면서 전국 서점가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지역 서점들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지역 서점가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지역 서점가들은 이런 특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회의적인 모양이다.
지난 9월, 약 30년의 전통을 자랑하던 대전의 대표 지역 서점인 ‘계룡문고’가 문을 닫았다. 계룡문고 대표는 영업 종료 안내문에서 "계룡문고를 끝내 지키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됨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로 첫 운을 뗐다. "서점을 생명처럼 여겼다"며 "어떤 방법으로든 살려보려고 몸부림치며 갖은 방법으로 애써 왔지만 더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가슴 절절한 문구가 그동안 계룡문고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는지 절로 공감하게 만들었다.
계룡문고의 폐업 소식은 많은 시민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다. 계룡문고는 지난 29년간 ‘책 읽어주는 서점’으로 다양한 북콘서트와 작가와의 만남, 학생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와 함께 해 왔다.
2022년에는 독서 문화 증진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 표창까지 받았지만, 이제는 그저 추억이 되었다.
계룡문고의 영업종료는 단순히 한 서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역 향토 서점들이 경쟁에서 밀려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지역 서점은 시민과 책을 이어주는 주요 통로이자, 지역 출판물을 지원하는 창구라는 점에서 공공재에 가깝다. 정책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면에서 이번 계룡문고 폐업 소식은 더욱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계룡문고가 입점했던 (재)대전테크노파크는 대전시 산하 건물이다. 대전시가 임대료 감면 등 좀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써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점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지역화폐 20% 적립 혜택 또한 시행 3년만인 2022년에 종료됐다.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준 이번‘한강의 기적’을 계기로 지자체가 지역 서점에 대한 지원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필자 역시 국회에서 같은 고민을 이어 나가겠다. 지역 서점이 있어야 지역 출판이 활발해지고, 지역과 독자를 잇는 선순환 생태계가 이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