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시추진단 초과근무하며 힘써
세종 공직사회 깊은 상실감 휩싸여
중앙부처 설득해 얻은 결실 물거품
국제설계공모 중단 땐 소송 가능성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사태’는 세종시 대외적 신뢰관계에 ‘양치기 소년’의 이미지를 안긴 불운의 결과를 낳았다.
‘세종시-시의회’ 갈등은 둘째 치고, 행정안전부(조직), 기획재정부(예산) 등 중앙부처를 설득하면서 힘겹게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졌다. 정부 예산 77억 원도 수포로 돌아갈 위기다. 국내외 기관·단체와 맺은 MOU 효력 상실에 따른 국제적 도시평판 저하는 물론이고, 박람회 장에 안에 펼쳐질 지방정원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타 지자체와의 약속도 지킬 수 없게 됐다.
결국 정원박람회의 성공을 위해 불철주야 달려온 세종시 공직자들의 발품은 헛수고가 됐다는 평이다.
세종시의회가 지난 11일 제93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전원 반대로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 전액 삭감’ 결정을 내린 후, 세종시 공직사회는 깊은 상실감에 안겼다.
이승원 세종시 경제부시장은 상실감에 빠진 공직자의 마음을 대변하듯 세종시의회를 향해 “단지 ‘경제성이 없고 시급성이 없다’는 민주당 시의원님들이 주장하시는 애매한 이유가 기재부의 국제행사 선정과 행안부의 투자 심사 통과를 뒤집을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었는가 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이번 시의회의 예산 전액 삭감은 기재부에서 30년을 일한 제가 보아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며, 국제행사로 선정되고 정부안에 국비까지 반영된 마당에 시의회가 앞장서서 예산을 삭감한 사례는 생전 처음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 정원도시추진단 직원들의 초과근무시간은 전부서 중 1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늦은 밤까지 정원박람회를 위해 달려 온 것. 최민호 세종시장을 주축으로 한 정무라인과 집행부 실국장들도 중앙부처와 타 지자체를 지속 방문하면서 값진 결실을 맺었다는 평이다. 타 지자체의 경우 국제행사 정부예산이 연차별로 분할 반영되지만, 세종시 정원박람회 정부 예산안에 담긴 77억 원은 정부가 승인한 국제행사 최대 지원율이 반영된 액수였다. 서울·전북·경북·제주 등의 지자체는 지방정원에 참여하기 위해 지자체별 1억 원 이상의 예산까지 편성했다.
조직위 미출범으로 인한 인사상 기대도 무너졌다. 타 지자체의 경우 조직위 사무국장이 4급으로 설정되지만, 이번 세종시 정원박람회는 3급을 확보했다.
세종시의 한 공직자는 “세종시 같은 작은 규모의 광역단체에서 3급 티오를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았던 일”이라며 “조직위 미출범으로 인해 승진의 기회가 무산되면서 사기가 크게 저하된 분위기”라고 밝혔다.
또한 정원박람회 내 상징정원 국제설계공모 중단시 소송까지 발생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세종시 공직자들이 정원박람회 성공을 위해 다수의 중앙부처, 기관·단체, 지자체들과 맺은 약속이 어긋날 위기에 놓이면서, 대외적 신뢰관계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이승원 경제부시장은 “집행부 공무원들이 동분서주 할 때 의원님들 중 누구하나 거들어 준 분 있었냐”면서 “국제행사승인과 국비 반영의 반가운 소식을 듣고도 냉담해하는 의원님들의 반응을 보고 저를 포함한 관계 공무원들은 서운함을 넘어 자괴감까지 느꼈다”고 덧붙였다.
정원박람회 정상 개최에 대한 예산안 처리 골든타임인 11일은 지났다. 4차 추경안 반영은 미지수다. 단식농성 이후 몸져누웠던 최민호 시장이 복귀 후 어떠한 메시지를 던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책임론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전포인트다.
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