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저서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2024.10.11 사진=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저서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2024.10.11 사진=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20여년 노벨상 역사 이래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벨상 전체로 보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지 24년 만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작가 중에선 고은 시인과 황석영 작가 등이 꾸준히 후보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실제 수상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었다. 한강 작가의 역대 대한민국 두 번째 노벨상이자 역대 첫 노벨문학상 수상에 국민 모두가 기뻐하며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문학상 수상은 너무나 기뻐해야할 일이지만 노벨상을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 있다. 바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은 물론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전자제품, 자동차, 바이오, 조선 분야 등에서 초일류 기업을 여럿 배출했지만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과는 여전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이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웃나라인 일본, 중국과 비교하면 아쉬움은 더 크다. 일본은 지금까지 무려 27명의 과학분야 수상자를 포함해 총 3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일본은 1949년 첫 노벨물리학상 수상 이후 16년 뒤인 1965년 또다시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2000년 이후에는 거의 2년에 한 명 씩 과학분야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일본만큼 숫자는 많지 않지만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두 명의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말라리아 치료제 연구를 통해 한 명의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성장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그 ‘빠른 성장’ 탓에 기초과학의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해 중장기적인 연구에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소홀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라도 연구 현장의 토대를 선진국처럼 중장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자리를 잡는다면 10년, 20년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해지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한 성과 도출과 노벨상 수상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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